서울 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재홍 부장판사)는 18일 연구논문
부실을 이유로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전 서울대 미대 조교수
김민수(39)씨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교수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문의 자유 등에 관한 헌법 정신을 고려할
때 대학측이 비록 기간이 만료된 교수를 재임용할 의무는 없지만
합리적 기준과 공정한 심사를 통해 임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임용심사에서 대상교수의 연구실적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학문적 소견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연구실적물에
대해 재임용기준에 미달한다고 평가를 내릴 때는 구체적인 심사이유와
근거 등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조교수였던 김씨는 지난 98년7월 미대
인사위원회에 재임용 신청에 필요한 연구실적물의 4배인 8편의
논문을 제출했다.

당시 인사위원회측은 구체적인 심사이유등을 밝히지 않은채 단순히
"연구실적 미달"을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연구논문등에서 미대 원로교수들의 친일 행적을
지적한 데 따른 보복인사"라며 반발,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한편 서울대 권두환 교무처장은 "판결문을 며밀히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해야
겠지만 이미 세차례에 걸친 연구실적물 심사에서 자격 미달로 재임용에 탈락
한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권 처장은 "연구실적물과 관련한 교수 재임용 탈락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학교측이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고 설명
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가 김씨의 교수재임용 탈락에 대한 소명자료를
불충분하게 제출했다는 법원의 판단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심사위원 명단
제출과 심사위원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만 반대했을 뿐 가능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