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태를 주주나 투자자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 주목적인 기업설명회
(IR)에서 은행들이 부정확한 전망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은행주가가 경영성과지표의 하나로 부각되자 은행들이 "주가
띄우기"만을 목적으로 한 형식적인 IR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9년 은행들이 IR를 통해 제시한 당기순이익
전망이 대부분 실적보다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상증자 등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을 앞둔 은행들의 경우
수치 부풀리기가 두드러졌다.

대구은행은 1천억원의 유상증자를 앞둔 지난해 10월26일 IR를 통해
8백61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대구은행은 결산결과 5백억원의 흑자에 머물렀다.

평화은행은 5백억원 유상증자를 앞둔 지난해 12월13일 가진 IR에서 10월말
실적(흑자 2백17억원)만 제시했을뿐 연말 당기순이익 전망을 밝히지 않았다.

평화은행은 99년 결산결과 2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은 대우사태의 여파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높아져 수치가 달라졌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하반기들어 대우여신에 대한 충당금 기준이 어느정도
윤곽을 잡았기 때문에 수치가 이처럼 크게 차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우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상반기에 IR를 했던 은행들도 전망수치를 높게
잡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주택은행(99년 7월22일)은 5천1백억원, 국민은행(99년 3월25일)은 3천80억원
의 흑자전망을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실제 당기순이익은 주택은행 4천5백억원, 국민은행 1천80억원대였다.

증권계의 한 분석가는 "은행들은 경영상황에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IR 자료
에서 나온 수치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정확한 경영상태를 알리는 자리로
IR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는 순익전망 부풀리기에 대한 견제가 철저하다.

상장회사들이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로드쇼를 할때도 과거 통계만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을 허용할뿐 당해연도나 그 다음연도의 전망치를 내놓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곧 해외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하려는 한빛은행도 주간사인 JP모건의 권유에
따라 로드쇼 기간중 올해 경영목표치를 내놓지 않기로 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