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만들지 말자
저 많은 생채기들을 지우느라 고목은,
평생을 온통 고통으로 뒤틀리고
악몽으로 온밤을 뒤척인다.
다시는
상처를 남기지 말자.
김익두(1955~) 시집 "서릿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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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고목의 부러지고 꺾인 가지며 뒤틀리고 옹이진 줄기에서 평생을
고통과 악몽으로 산 사람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거꾸로 한 생애를 힘겹게 산 사람에게서 큰 고목의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문면에는 한 생애가 온통 상처뿐이어서 그것을 지우느라 고통으로 뒤틀리고
악몽으로 뒤척인다고 했지만, 상처를 만든 더 많은 과정이 행간에서 읽힌다.
"상처를 남기지 말자"는 역설에는 외경의 마음이 들어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