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욱 < 한화증권 사장 ywchin@hws.co.kr >

태초 이래 유장한 세월의 흐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끊임없이 이어오고 이어가고 있다.

기실 어제와 오늘의 하루 하루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속에서의 삶은 언제나 힘겨운 수레바퀴 돌리기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이 그러할진대 인위적으로 구획지은 하나의 연도가 지나고 새해가 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하고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새해가 새로운 백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의 새해이고
보면 어찌 그 의미가 각별하지 않겠는가.

지난 세기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것은 실로 격변의 연속이었다.

20세기 들어 국권상실이라는 아픔과 광복의 환희를 경험했다.

곧이어 국토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은 그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오명으로 남아 있다.

정부수립 이래 계속되어 온 정치적 대립과 지역간 계층간 갈등구조도 아직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수십년동안 피땀을 흘려 이룩해 놓은 경제적 성취도 외환위기로
인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하루아침에 허물어져 버리는
참담한 현실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 모든 현상들은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회한과 반성으로 얼룩진 기록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한편 그것은 더디고 불만족스럽지만 분명히 발전의 방향으로
자리잡혀 있었다.

거기서 희망의 씨앗을 찾아내는 것은 앞으로 새 천년을 살아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은 아쉬움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달래 나가야
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반드시 풍요롭고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새 천년의 아침, 산 정상에 올라 가슴 가득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경건한 마음으로 올 한해의 바람을 새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