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소장이 에세이집 "장군의 인생수첩"(맑은소리, 7천원)을 펴냈다.
소위 계급장을 달고 화랑대를 나선지 31년째를 맞는 직업군인이 지난 세월을
찬찬히 되돌아본 글들을 모았다.
자그만한 책이지만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집어내는 펜끝의 날카로움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책 첫머리를 여는 저자의 일화는 읽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한다.
37년전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출근길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지고 만다.
창피한 마음에 급히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따끔하게
꾸짖는다.
"냉큼 가서 돌을 바로 놓고 오너라. 그러고도 네가 무슨 선생이냐!"
어머니의 작은 교훈은 그 어떤 성인의 가르침보다 위대한 것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저자는 군대를 "인생의 종합대학"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의 참다운 삶과 인정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를 인생에서 꼭 거쳐야 할 필수코스라고 말한다.
부대원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나눈 따뜻한 전우애가 정겹게 펼쳐진다.
임관후 서른두번이나 이사를 다니는 동안 저자의 아내가 겪었을 힘겨움은
어땠을까.
아내와 자녀들에게 갖고있던 미안함과 고마움을 그는 글로 대신한다.
반장이 됐다고 자랑하던 아들 녀석이 일주일후면 이사가야 한다는 아빠의
말에 풀 죽어하던 일, 아이가 둘인 것을 숨기고 월셋방을 구하던 사연 등
가슴 아픈 추억들도 담겨있다.
그럼에도 그를 자랑스러운 대한의 군인으로 굳건히 서있게 한 것은 에세이
전편에 흐르는 뜨거운 애국심이다.
저자는 군인의 길이 명예나 물질적인 풍요와는 거리가 멀지만 조국을 지키는
선봉에 있음을 자부한다.
지휘자로서 겪은 갖가지 일화들은 조직의 리더들에게도 도움이 될듯하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