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는 위기감마저 번지는 상황이다.

세계 증권시장의 동조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에는 유독 우리나라
증권시장 만이 두드러진 폭락세를 보이고 있어 그 원인을 두고 다양한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주가가 특별히 과도하게 올랐었기 때문에 자연스런 급락장세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겠지만 내달 8일로 임박한 대우 공사채 환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데다 인터넷등 일부 "성장 기업"을 중심으로 과도한
투기적 거래가 있었던 점도 주가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게 증권계의
진단이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산업 기상도의 변화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것이다.

일부 성장 주식들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어 있었다면 기업규모와 실적,
영업 전망에 걸맞는 소위 "적정 주가"를 찾아가는 것도 분명 정상적인
흐름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증권당국이 지금의 증시 상황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인식하고
섣불리 부양 대책을 내놓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이는 적절치 않다고 하겠다.

툭하면 투신사들을 대거 동원해 주식을 사들이도록 했던 지날날의 증시
대책이 그랬던 것처럼 섣부른 증시대책은 자칫 우리경제에 또 하나의 큰짐을
지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증권시장이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는 당국의 정책
운용에도 분명 일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기업들의 부채비율 감축 정책을 나무랄 일은 아니라 하겠지만 지난 한해동안
40조원 넘는 주식이 발행된 것은 증권시장의 수급 구조를 흔들어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주식시장은 화수분이 아니며 과도한 부채감축 정책이 장차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본란에서도 여러번 제기한 그대로다.

벤처 기업 육성을 굳이 코스닥과 제3시장 개설에 연계해 추진하고자 하는
당국의 정책방향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위 시장으로 갈수록 투자위험이 커지고 따라서 주가의 진폭도 확대된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폐기되는 그런 구시대적 논리가 아니다.

당국자들은 이번 주가폭락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경제가 올해도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등 경제의 기초가 좋은
만큼 당국은 자칫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증시부양책보다는 대우환매
대책등을 차질없이 시행하는등 원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 또한 이번에 증권시장의 냉정한 논리를 한수 배웠다고 생각하고
"우량주를 골라 장기투자"하는 방향으로 투자자세를 가다듬어 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