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 강하면 항금리에 있는 한 화가의 작업실.

아틀리에를 구경하러 온 일반인들이 화가 부부인 김강용 김인옥씨와 대화를
나눈다.

"그 많은 소재중 왜 벽돌만 그리십니까"

"벽돌을 그리는게 아니라 벽돌 그림자를 그리는 겁니다"

20년동안 벽돌만 그려온 서양화가 김강용씨.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 주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소상하게 설명한다.

동양화가인 부인 김인옥씨가 한수 거든다.

"요즘 동양화를 전공하는 미술가가 거의 없어요.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
인 것입니다. 자녀들이 화가를 원할 경우 한국화를 적극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김씨 부부의 작업실은 한옥 마당을 개조한 곳으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1980년대 이곳에 정착한 이후 그림만 그리며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가끔씩 투어 방문객들과 나누는 대화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 휴식시간이다.

많은 미술인들의 창작의 산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경기도 양평.

남한강 남쪽 강상.강하면 일대 화가마을은 미술인들이 자생촌을 이루며
삶과 예술을 가꿔 나가는 터전이다.

1997년 문을 연 갤러리 아지오를 시작으로 바탕골예술관 서원갤러리
창갤러리 등 화랑들도 점차 늘고 있다.

강상.강하면 일대는 미술촌이 형성되면서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 "미술탐방"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양평 예술촌 화가 인구는 최근 1~2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화가들을 중심으로 서울의 오염된 환경을 피해
이곳에 삶과 예술의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가족과 함께 들어와 집을 짓고 사는 40~50대 화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파리에서 11년간 공부하고 돌아온 서양화가 정채씨는 "작업할 환경이 좋고
서울에서 차로 한시간대여서 미련없이 서울을 떠났다"고 말한다.

화가마을은 강상.강하면 서종면 용문면에 걸쳐 있다.

갤러리 아지오의 아트디렉터인 손갑환씨는 "양평 일대에 정착해 그림에만
전념하는 화가가 3백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화가들끼리 왕래도 잦다.

토요일 오후면 서로의 작업실을 오가며 자식걱정 돈걱정에서부터 서울
화랑가소식 등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눈다.

이곳에 사는 화가들은 공동전시회도 자주 갖는다.

"양평 맑은 물 사랑미술관" 개관을 기념한 전시회가 열린데 이어 아지오
에서는 "남한강 사람들의 그림이야기, 2000전"이 이달말까지 전시된다.

남한강을 중심으로 강상.강하면 일대에는 올 상반기로 예정된 양평민속
박물관 개관에 맞춰 "문화의 거리"가 조성될 예정이다.

< 양평=이성구 기자 s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