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경제 연구'] (중) '구경제와 역동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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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와 구경제의 역사적인 만남.
지난 10일 전격 발표된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타임 워너 간의 합병
계획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이렇게 보도했다.
두 회사의 합병에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는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80년 역사에 타임, 포천 등 30여종이 넘는 잡지와 CNN, TNT, TBS 등
케이블 TV 채널, 영화 회사 워너 브러더스 등을 거느린 타임 워너는 97년과
98년에 각각 2억4천6백만달러, 1억6천8백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반면 고작 15년 역사에 간판 비즈니스래봤자 인터넷 액세스 서비스에
불과한 AOL은 98년 수익이 9천2백만달러였다.
그나마 그 전해에는 4억9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어느모로 보나 타임워너가 합병의 주체가 돼야 마땅할 것 같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AOL이 합병 회사의 지분 55%를 갖는 방식으로 타임 워너를 흡수키로 했다.
회사의 덩치나 수익력과 무관하게 주식 싯가총액(합병 발표일 기준)에서
AOL(1천6백40억달러)이 타임워너(8백30억달러)를 배 가까이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제를 상징하는 인터넷 미디어와 구경제 시대의 올드 미디어 왕국이
주식시장에서 평가받은 현실 경쟁력 격차는 신구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타임 워너는 피합병이라는 굴욕에도 불구하고 AOL과의 결합을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치열한 무한 경쟁의 디지털 시대에 구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경제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는 올드 마켓 의 대명사인 월마트가 최근 뉴 마켓의 선두 주자인 아마존
닷 컴과 제휴해 인터넷 판매 회사를 합작 설립키로 한 데서도 거듭 확인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클릭(click:인터넷 신경제)
과 브릭(brick:벽돌, 구경제) 간의 적정한 결합이 미국을 위시한 세계 경제의
21세기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자가 일정한 보완적 역할을 통해서만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경제와 구경제 간의 역동적인 긴장과 상호 보완의 관계는 기업 등의
미시 경제 뿐 아니라 거시 경제 세계에서도 본격 조성되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들 간에 존속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경기 변동 주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내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신경제 가설을 주창하기 시작한 것은
98년이었다.
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경기 불안을 야기할 인플레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자 인터넷 등 신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 효과가 경기 변동 주기를 추방
했다는 신경제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변동 주기에 관한 신경제 가설은 최소한 몇가지 점에서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 없는 성장 가도를 질주할 수 있었던 데는 신기술 등 내부
요인 못지 않게, 해외 경제 부진이라는 외부 효과 덕분을 톡톡히 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98년의 경우 주요 원자재를 생산하는 개도국들이 경제 침체를 딛기
위해 생산 물량을 늘리는 바람에 원자재 시세가 급락했고, 이는 미국의 물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 아시아 등 각국의 금융 위기에 불안을 느낀 국제 뭉칫돈이 안전을 찾아
미국으로 대거 유입된 덕분에 미국 통화당국이 무리없이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외부 상황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면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국제 투자 자금도 미국 일변도를 벗어나 일본과 유럽으로 분산되고 있다.
그 바람에 달러 환율이 약세로 돌아섰고, 시장 실세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물가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라이언스 캐피털사의 로렌스 크라이셔 수석 이코노미스트 같은 전문가
들은 향후 몇 달내에 미국의 물가가 연율로 3~3.5% 가량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증권의 리처드 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상황의
반전을 거시 경제의 부활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신경제 효과가 미국 경제에 어느 정도 변혁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지만, 경기 변동 주기 등 구경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 관심의 초점은 "구경제"가 주장하는 경기 순환의
힘과 "신경제"가 주장하는 구조적인 요소 중 무엇이 향후의 미국 경제를
주도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답 역시 구경제와 신경제의 역동적 조화에서
찾고 있다.
경기 순환의 힘을 전연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정보화 기술 등에 의한
내부 효과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미국 경제 전체를 잔뜩 긴장시켰던 Y2K문제가 별 탈 없이 넘어감에
따라 기업들은 디지털 네트워크 구축 작업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당분간 신 구 경제의 조화를 통해 미증유의 초장기 호황
레이스를 지속할 전망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
지난 10일 전격 발표된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타임 워너 간의 합병
계획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이렇게 보도했다.
두 회사의 합병에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는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80년 역사에 타임, 포천 등 30여종이 넘는 잡지와 CNN, TNT, TBS 등
케이블 TV 채널, 영화 회사 워너 브러더스 등을 거느린 타임 워너는 97년과
98년에 각각 2억4천6백만달러, 1억6천8백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반면 고작 15년 역사에 간판 비즈니스래봤자 인터넷 액세스 서비스에
불과한 AOL은 98년 수익이 9천2백만달러였다.
그나마 그 전해에는 4억9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어느모로 보나 타임워너가 합병의 주체가 돼야 마땅할 것 같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AOL이 합병 회사의 지분 55%를 갖는 방식으로 타임 워너를 흡수키로 했다.
회사의 덩치나 수익력과 무관하게 주식 싯가총액(합병 발표일 기준)에서
AOL(1천6백40억달러)이 타임워너(8백30억달러)를 배 가까이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제를 상징하는 인터넷 미디어와 구경제 시대의 올드 미디어 왕국이
주식시장에서 평가받은 현실 경쟁력 격차는 신구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타임 워너는 피합병이라는 굴욕에도 불구하고 AOL과의 결합을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치열한 무한 경쟁의 디지털 시대에 구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경제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는 올드 마켓 의 대명사인 월마트가 최근 뉴 마켓의 선두 주자인 아마존
닷 컴과 제휴해 인터넷 판매 회사를 합작 설립키로 한 데서도 거듭 확인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클릭(click:인터넷 신경제)
과 브릭(brick:벽돌, 구경제) 간의 적정한 결합이 미국을 위시한 세계 경제의
21세기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자가 일정한 보완적 역할을 통해서만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경제와 구경제 간의 역동적인 긴장과 상호 보완의 관계는 기업 등의
미시 경제 뿐 아니라 거시 경제 세계에서도 본격 조성되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들 간에 존속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경기 변동 주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내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신경제 가설을 주창하기 시작한 것은
98년이었다.
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경기 불안을 야기할 인플레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자 인터넷 등 신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 효과가 경기 변동 주기를 추방
했다는 신경제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변동 주기에 관한 신경제 가설은 최소한 몇가지 점에서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 없는 성장 가도를 질주할 수 있었던 데는 신기술 등 내부
요인 못지 않게, 해외 경제 부진이라는 외부 효과 덕분을 톡톡히 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98년의 경우 주요 원자재를 생산하는 개도국들이 경제 침체를 딛기
위해 생산 물량을 늘리는 바람에 원자재 시세가 급락했고, 이는 미국의 물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 아시아 등 각국의 금융 위기에 불안을 느낀 국제 뭉칫돈이 안전을 찾아
미국으로 대거 유입된 덕분에 미국 통화당국이 무리없이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외부 상황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면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국제 투자 자금도 미국 일변도를 벗어나 일본과 유럽으로 분산되고 있다.
그 바람에 달러 환율이 약세로 돌아섰고, 시장 실세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물가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라이언스 캐피털사의 로렌스 크라이셔 수석 이코노미스트 같은 전문가
들은 향후 몇 달내에 미국의 물가가 연율로 3~3.5% 가량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증권의 리처드 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상황의
반전을 거시 경제의 부활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신경제 효과가 미국 경제에 어느 정도 변혁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지만, 경기 변동 주기 등 구경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 관심의 초점은 "구경제"가 주장하는 경기 순환의
힘과 "신경제"가 주장하는 구조적인 요소 중 무엇이 향후의 미국 경제를
주도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답 역시 구경제와 신경제의 역동적 조화에서
찾고 있다.
경기 순환의 힘을 전연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정보화 기술 등에 의한
내부 효과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미국 경제 전체를 잔뜩 긴장시켰던 Y2K문제가 별 탈 없이 넘어감에
따라 기업들은 디지털 네트워크 구축 작업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당분간 신 구 경제의 조화를 통해 미증유의 초장기 호황
레이스를 지속할 전망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