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직원들의 근로의욕 저하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최근 벤처 열풍으로 애써 키워온 인재들이 앞다퉈 벤처기업으로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수한 실적을 올린 직원에겐 억대의 연봉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소사장제 사내벤처제 등을 도입해 일할 동기를 부여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겠다는 업체도 1백여개에 육박한다.

벤처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기업문화도 변혁시켜 아예 글로벌 벤처기업화를
표방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들어 "프로계약제"를 도입했다.

회사 수익에 기여한 유능한 임직원들에겐 매년 억대 연봉을 주겠다는
것이다.

SK상사도 오는 2005년까지 억대 연봉자를 1백명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사이닝 보너스" "디지털 인센티브제" 등 다양한 성과급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코스닥 등록을 통해 임직원에게 억대의 보상을 해주는 벤처기업처럼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일할 의욕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사내벤처 활성화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도입도 빼놓을 수없는 흐름중
하나다.

한국통신 데이콤 삼성SDS 등 정보통신업체에서 시작된 사내벤처는 요즘
제조업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솔 코오롱 등이 사내벤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내벤처는 자기회사처럼 애정을 갖고 일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게는 연봉의 20배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을 받는 임직원들도 올해 탄생할
전망이다.

삼성은 올 주총을 거쳐 스톡옵션 도입방안을 확정한 이후 회사 경영에
공헌한 임직원에겐 연봉의 최고 20배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을 줄 계획이다.

현대 LG 한솔 두산 코오롱 등도 연내 도입을 위해 세부방안을 마련중이다.

종업원과 이익을 배분하려는 회사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말결산때 이익이 나면 30%를 임직원에 나눠줄 예정이며
코오롱도 매년 이익을 배분해 주는 "프라핏 셰어링"(Profit Sharing)을
도입했다.

삼성도 이익중 일정 비율을 종업원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벤처기업가의 젊은 아이디어를 사기 위해 벤처에 투자하는 대기업들도 많다.

현대 삼성 LG SK 코오롱 등 주요 기업들은 인터넷 시장 선점을 위해 벤처
투자를 늘리고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문화도 벤처형으로 바뀌고 있다.

제일제당은 작년말부터 직급별 호칭을 생략하고 복장도 자율화했다.

한국오라클은 아예 임직원의 직급을 모두 철폐, "무직급 직장"을 실현했다.

대기업의 벤처기업화엔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고 있다.

정몽구 현대회장은 최근 사장단 간담회에서 "벤처정신이 없으면 대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다"며 "성과를 내는 직원에겐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 벤처
정신을 북돋워야 한다"고 말했다.

손길승 SK회장도 "기업 경쟁력은 인재 활용에 달려 있다"며 "실적이 우수한
사원엔 발탁과 함께 획기적인 보상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벤처정신으로 재무장해 21세기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