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그리스도인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최근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9개 교단이 교회 일치를 위한 행사를 잇따라
열어 눈길을 끌었다.

21일 서울 성공회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는 개신교 각 교단의 지도자와
학자들이 모여 교회 일치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는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가 기조발표를 맡았고 각 교단별로
에큐메니컬(일치) 운동의 성과와 전망을 발표했다.

이어 김성태 신부, 김선희 교수(루터교), 양권석 교수(성공회), 이형기
교수(개혁교회), 박종천 교수(감리교) 등이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교회 일치를 위해선 각 교단이 교파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조발표에 나선 박종화 목사는 "일치운동의 영역 안에서도 영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부류와 사회적 참여를 내세우는 세력이 갈등을 빚어왔다"면서
"두 세력이 동전의 양면처럼 통합적 에큐메니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일치운동의 방향으로 <>예언자적 공동체 운동 <>선교 및 봉사
활동의 일치 <>타종교와의 협력 강화 <>여성과 청년의 참여 보장 등을
내놓았다.

김성태 신부는 "지금까지의 분쟁을 극복하려면 그리스도인들이 어떠한
개인적 욕심이나 교파적 편견에 집착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부당한 편견을 버리고 참다운 이해심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형기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한국 개신교는 보수와 혁신 신학의 맞대결에만
몰두함으로써 자체 핵분열을 거듭했으나 80년대 들어서는 일치운동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면서 "이제는 성숙한 교회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일치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창규 한국정교회 신부는 "서로 다른 믿음과 교리에 대한 지식을 갖고
겸손과 자애로 상대방의 과거와 오늘의 신앙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박종천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기독교 내부의 일치운동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포괄하는 에큐메니즘을 지향하자"고 제안했다.

포럼에 앞서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천주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등 8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가맹교단과 기독교한국루터교회가 공동으로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
합동기도회"를 가졌다.

이들은 "서로에게 벽과 울타리를 쌓은 죄"를 고백하고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민족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강동균 기자 kd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