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경제 연구'] (하) '연착륙 가능' '거품' 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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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위크와 이코노미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경제 주간지와 일간지의 세계 시장을 각각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들
매체 간의 신경제 논쟁이 요즘 월가에서 화제다.
미국계 언론인 비즈니스 위크와 월 스트리트 저널이 신경제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반면,영국계의 두 미디어는 신경제는 거품 이라는 논조를
견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4월 특집 기사에서 미국 경제는 버블 상태라고
단정하고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금리를 인상
하라고 충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몇차례 사설 등을 통해 거품론에 맞장구를 쳤다.
당시는 FRB가 미국 경제의 아시아 독감(외환 위기) 감염을 우려해 세 차례
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들 영국계 언론이 주장하는 거품론의 근거는 명료하다.
첫째는 미국의 가계와 기업들이 앞다퉈 빚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민간 부문의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0년 동안 1%를 넘긴 적이 없었던 미국 민간부문의 GDP
(국내총생산) 대비 적자 비율이 작년에는 5%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로 기업과 가계는 이처럼 빌린 돈으로 하이테크 관련 특정 종목들에
전례없는 투기성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
셋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4%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거품 증상의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칼럼을 통해 인터넷 등 정보 통신 혁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신경제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오늘날의 전자 인터넷 시대보다도 전기와 내연 엔진, 화학 및 TV 라디오
등의 통신수단과 같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발명품들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가에 더 획기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이들 신기술이 인플레없는 영속적인 호황을 보장해 줄
것으로 믿었다는 사실도 환기시켰다.
이같은 영국계 언론들의 공격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오는 31일자 최신호
를 통해 반론을 폈다.
이 주간지는 뉴 이코노미라는 제하의 커버 스토리에서 신경제는 자본주의
가 4백여년의 역사를 통해 축적해온 총체적 역량의 산물이라며 근대 중상주의
와 산업 자본주의가 수세기에 걸쳐 여러 형태로 각국에 파급됐던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신경제도 세계적인 조류로 발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시 과열과 같은 부분적인 문제를 신경제 전체의 오류인양 과장하거나
오도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도 증시의 과열 조짐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8일자 특집 기사에서 몇가지 대목을 짚어 가며
증시 과열을 우려했다.
예컨대 미국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지난해 총 매출은 K마트 1개 업체에도
못미치는 3백억달러였으며 그나마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냈음에도 주식 싯가
총액 합계액은 캐나다의 GDP보다도 많은 1조달러에 달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분야의 간판 업체인 야후의 경우 현재 주가가 유지되면서 PER
(주가수익비율)가 미국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되려면 향후 8년동안 매년
수익이 50%씩 늘어나야 할 정도로 인터넷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요컨대 미국 안팎에서 일고 있는 신경제 논란의 핵심은 증시 거품 문제로
요약된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미 주가가 향후 일정한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문제는 미국 주가가 단순한 조정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일대 붕락으로
귀결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장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미국 주가가 올해 30% 이상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유럽과 일본 등의 주가도 연쇄적으로 15% 가량 하락하고 미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로 달러 환율이 10% 절하되는 사태가 뒤따를 것이라는 위기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성장률은 1.9%포인트 낮아지고, 세계 전체로도 성장이
1.2%포인트 감속할 것이라는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러나 일본계인 노무라 아메리카 종합연구소 등 많은 중립적인 민간
기관들은 올해 미국의 주가 조정폭이 20%를 넘지 않을 것이며 이 경우 미국
내부를 위시한 세계 경제가 입을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 확장 행진은 다소의 감속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향후 2~3년간
은 지속될 수 있으리라는게 노무라측 전망이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신경제 논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귀결될지 두고
볼 일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
경제 주간지와 일간지의 세계 시장을 각각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들
매체 간의 신경제 논쟁이 요즘 월가에서 화제다.
미국계 언론인 비즈니스 위크와 월 스트리트 저널이 신경제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반면,영국계의 두 미디어는 신경제는 거품 이라는 논조를
견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4월 특집 기사에서 미국 경제는 버블 상태라고
단정하고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금리를 인상
하라고 충고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몇차례 사설 등을 통해 거품론에 맞장구를 쳤다.
당시는 FRB가 미국 경제의 아시아 독감(외환 위기) 감염을 우려해 세 차례
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들 영국계 언론이 주장하는 거품론의 근거는 명료하다.
첫째는 미국의 가계와 기업들이 앞다퉈 빚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민간 부문의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0년 동안 1%를 넘긴 적이 없었던 미국 민간부문의 GDP
(국내총생산) 대비 적자 비율이 작년에는 5%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로 기업과 가계는 이처럼 빌린 돈으로 하이테크 관련 특정 종목들에
전례없는 투기성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
셋째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4%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거품 증상의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칼럼을 통해 인터넷 등 정보 통신 혁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신경제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오늘날의 전자 인터넷 시대보다도 전기와 내연 엔진, 화학 및 TV 라디오
등의 통신수단과 같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발명품들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가에 더 획기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이들 신기술이 인플레없는 영속적인 호황을 보장해 줄
것으로 믿었다는 사실도 환기시켰다.
이같은 영국계 언론들의 공격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오는 31일자 최신호
를 통해 반론을 폈다.
이 주간지는 뉴 이코노미라는 제하의 커버 스토리에서 신경제는 자본주의
가 4백여년의 역사를 통해 축적해온 총체적 역량의 산물이라며 근대 중상주의
와 산업 자본주의가 수세기에 걸쳐 여러 형태로 각국에 파급됐던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신경제도 세계적인 조류로 발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시 과열과 같은 부분적인 문제를 신경제 전체의 오류인양 과장하거나
오도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도 증시의 과열 조짐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8일자 특집 기사에서 몇가지 대목을 짚어 가며
증시 과열을 우려했다.
예컨대 미국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지난해 총 매출은 K마트 1개 업체에도
못미치는 3백억달러였으며 그나마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냈음에도 주식 싯가
총액 합계액은 캐나다의 GDP보다도 많은 1조달러에 달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분야의 간판 업체인 야후의 경우 현재 주가가 유지되면서 PER
(주가수익비율)가 미국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되려면 향후 8년동안 매년
수익이 50%씩 늘어나야 할 정도로 인터넷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요컨대 미국 안팎에서 일고 있는 신경제 논란의 핵심은 증시 거품 문제로
요약된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미 주가가 향후 일정한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문제는 미국 주가가 단순한 조정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일대 붕락으로
귀결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장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미국 주가가 올해 30% 이상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유럽과 일본 등의 주가도 연쇄적으로 15% 가량 하락하고 미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로 달러 환율이 10% 절하되는 사태가 뒤따를 것이라는 위기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성장률은 1.9%포인트 낮아지고, 세계 전체로도 성장이
1.2%포인트 감속할 것이라는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러나 일본계인 노무라 아메리카 종합연구소 등 많은 중립적인 민간
기관들은 올해 미국의 주가 조정폭이 20%를 넘지 않을 것이며 이 경우 미국
내부를 위시한 세계 경제가 입을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기 확장 행진은 다소의 감속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향후 2~3년간
은 지속될 수 있으리라는게 노무라측 전망이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신경제 논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귀결될지 두고
볼 일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