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장으로 취임한 일본계 미국인 윌프레드 호리에(53)의 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년간 마라톤을 완주한 체력과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한 호리에 행장이
어떤 기발한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를 내놓을 것인지 다른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미국 파이낸스회사인 어소시에이츠퍼스트캐피탈(AFC)에서 30여년간
일해온 금융전문가이다.

그는 지난96년 AFC의 수석부사장이 된 이후 홍콩 대만 인도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스페인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3년만에 해외금융사업부문을 4배 이상
성장시킨 화려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그는 "신규사업 개척자" "경영혁신의 귀재"라는 평을
들어왔다.

금융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본에서도 그는 지난79년부터 파이낸스회사
설립에 착수, 6백70여개 지점을 갖춘 일본 최대의 외국계 소비자금융기관으로
키우기도 했었다.

호리에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앞으로 소매금융과 중소기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2일 취임식에서도 지점장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영업에 적극
나서 달라"고 독려했다.

소매금융과 중소기업금융은 거의 모든 국내 은행들이 힘을 쏟고 있는
분야다.

특히 오는 3월 주택청약예금 취급금융기관이 전 금융기관으로 확대되면
제일은행과 다른 은행들이 주택금융시장에서 격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체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일정금액 이하의 예금주에게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거나 거꾸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제일은행이 외국금융기관의 금리체계를 그대로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기존 금융기관들이 해왔던 것처럼 공공성을 가미한 금융기관 역할을
상당부분 유지할 것인지도 그의 손에 달렸다.

호리에 행장이 국내관행을 철저히 무시하고 수익위주의 경영기법을 전면
도입할 경우 금융계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호리에 행장은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의 신용도를 앞세워
저금리의 해외자금을 들여오는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제일은행이 해외에서 차입하는 금리가 다른 은행들보다 훨씬
낮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은행이 저금리 해외자금과 선진기업금융기법을 이용해 여러가지 파생
금융상품을 선보일 경우 기업금융 시장도 상당히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들이 경계를 조금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별다른 특징이 없던 주택은행이 김정태 행장이라는 스타의 튀는 아이디어에
힘입어 은행권에서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고 있다.

호리에 행장은 어떤 특기로 제일은행을 변모시킬지 주목을 끌고 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