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

누구나 한번쯤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한다.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맛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욕구를 조금이나마 만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RPG다.

롤플레잉게임(Role-Playing Game)의 약자인 RPG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역할을 맡아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RPG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스토리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이 매력적이어야 게임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RPG 가운데 가장 뛰어난 스토리를 자랑하는 게임이 바로
"플레인스케이프:토멘트"다.

토멘트는 "발더스 게이트"에 이어 정통 RPG의 맥을 잇는 게임이다.

RPG는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RPG는 종이와 주사위로 진행됐다.

당시의 RPG는 정해진 룰과 스토리가 전부였다.

그러나 정해진 룰이 너무 많고 힘들어 아무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다.

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쉬운 룰과 화려한 그래픽의 컴퓨터 게임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것을 통해 RPG를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편 일부 RPG 팬들은 룰이 확실하고 스토리가 깊은 정통 RPG를 그리워했다.

토멘트는 이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이름없는 자

토멘트의 방대한 스토리는 어두운 공동묘지에서부터 시작한다.

잠에서 깨어나듯 죽었다 되살아난 주인공.

그는 전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해서 이름도 "이름없는 자(Nameless One)"다.

그는 이유도 알지못한 채 영원히 죽지 못하는 저주를 받았다.

겉으로는 "불사신"이지만 영원히 안식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그는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헤쳐야만 한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 영원한 안식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건 등에 새겨진 "페로드를 찾아라"는 내용의
문신뿐...

이제 그 끝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 게임플레이

게임이 시작되면 주인공을 게이머가 원하는 방식으로 설정한다.

힘 지능 지혜 민첩성 체력 매력 등 6개 항목에 점수를 나눠 줄 수 있다.

어떤 면에 점수를 많이 주느냐에 따라 게임의 플레이도 1백80도 바뀔 수
있다.

많은 힘을 부여해 스토리를 싸움의 연속으로 이끌 수 있고 높은 지능을
사용해 대화로 풀어나갈 수도 있다.

자신의 캐릭터 설정이 끝나면 비로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게임은 많은 분량의 설명으로 진행된다.

멋들어진 성우의 목소리나 동영상은 약간 들어있을 뿐이다.

쉽고 빠른 RPG에 길들여진 게이머는 이 점이 지루하겠지만 스토리를 찾는
게이머에겐 더없이 좋은 진행 방식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잘 쓰여진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다.

토멘트의 또다른 장점은 수많은 서브퀘스트들이다.

서브퀘스트는 게임의 스토리를 몰고 가는 메인퀘스트 이외의 임무로서 그
수가 엄청나다.

다른 많은 RPG의 서브퀘스트들은 그 길이가 짧고 의미가 없다.

하지만 토멘트의 서브퀘스트들은 마치 짧은 단편을 읽는 듯하다.

각각 그 나름대로 의미와 흥미가 그 안에 담겨져 있다.

서브퀘스트들은 자칫 한개의 스토리가 가져올 수 있는 단순함을 없애준다.

<> 글을 마치며

토멘트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게임은 아니다.

정통 RPG를 즐기는 게이머만이 그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액션과 전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누구라도 스토리에 푹
빠져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삶이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토멘트는 현재 영문판밖에 없어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면 진행이 힘들다.

곧 한글 버전이 나와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LA =이진오 게임일보 (www.gameilbo.com) 대표 gameilbo@ hotmai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