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욱 < 한화증권 사장 ywchin@hws.co.kr >

최근 미국 출장길에 재미한인과학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분들 중에는 미국 일류대학의 교수나 유수한 대기업의 중견 연구원
등으로 미국 사회에서 이미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또 벤처 기업을 설립,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인 과학자도 상당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보다 높은 지식과 앞선 학문 연구를 위해 포스트닥 프로그램에
정진중인 젊은 과학도들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장래를 밝게 해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돌아가 대학강단에 서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기업이나 공공연구기관의 자리는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자리인 반면 대학의 교수직은 사회적 존경과 권위를 인정받음은 물론
직업의 안정성도 보장되는 자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IMF체제 극복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경험했듯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의 요구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구조조정 1순위는 예외없이 당장의 기업수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연구인력이 그 대상이 됐던 것이다.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연구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라 하겠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은 학계의 연구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
세계적 현상이다.

오히려 업계의 연구인력에 의한 실용화가능 기술의 개발이 훨씬 더 가치있고
환영받는 시대인 것이다.

오늘날 인간생활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이
이를 상용화하려는 업계의 연구개발 노력이 없었더라면 과연 가능했겠는가.

이제 기업도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체연구인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학계와 업계의 연구인력에 대한 상호교환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학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대학의 교수직도 이제 더 이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젊은 과학도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