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광고사업을 시작한 벤처기업 M사의 C사장은 현재 창업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협의중이다.

자본금이 3억원인 이 회사는 7억원을 끌어들일 계획.

C사장은 최근 창투사와의 협의때 주당 가치를 액면가의 2.5배로 인정해 줄
것을 제시했다.

그 산출근거는 이렇다.

창투사에 줄 수 있는 최대 지분을 30%로 정했다.

그리고 유치금액을 대입해 계산했다.

회사의 진정한 가치를 따진 게 아니다.

당장 필요한 돈과 할애 지분율을 놓고 단순 역산을 한 셈이다.

"순진한" 발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선 너무 싸게 불렀다며 난리란다.

C사장은 그래서 다음번 협의때 주식가치를 3~4배로 올릴까 고민중이다.

요즘 벤처기업의 가치는 "엿장수 맘"이다.

원칙도 기준도 없다.

부르는 게 값이다.

요즘 유행인 인터넷 공모기업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작년 12월초 A창투사로부터 액면가 5백원짜리 주식을 20배인 1만원씩 쳐
6억원을 유치한 인터넷 벤처기업.

이 회사는 보름도 안돼 또다른 창투사로부터 액면가의 60배수로 10억여원을
끌어 들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액면가의 1백20배수로 인터넷 공모를 했다.

불과 20여일 사이 주식가치를 1만원에서 6만원으로 튀긴 것.

더 놀라운 건 공모 두시간만에 목표금액 6억원을 모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스닥시장에서 공모가 부풀리기 시비가 끊이지 않는
건 당연하다.

일부 벤처캐피털들의 모럴해저드 의혹까지 제기된다.

그 와중에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누굴까.

아무래도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일 건 뻔하다.

이런 현상은 벤처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만한 객관적인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의 경우엔 무형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마땅한 기관도,
수단도 없다.

물론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공식이 있을 수 없다.

주가 자체가 "미인 선발대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벤처기업의 가치는 M&A(기업인수합병)시장에서
주관적으로 정해지기 일쑤다.

문제는 시장 매커니즘이 허술한 한국의 프리코스닥 시장에서 벤처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다.

정부는 오는 2005년까지 4만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벤처기업의 양산도 중요하지만 이젠 벤처기업의 올바른 가치평가에도
관심을 둘 때가 아닌가 싶다.

벤처기업의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말이다.

< 차병석 산업2부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