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영자는 명령할 권한도 없고 남에게 지배되지도 않으며 남을
지배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경영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은 근본적인
변화다"

탁월한 통찰력으로 미래사회를 예측해온 피터 드러커 교수(미국 클레어몬트
경영대학원)가 신작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지식경영자"(이재규 역, 한경BP,
1만원)를 내놓았다.

"하버드비즈니스 리뷰" 등에 기고했던 그의 대표적인 논문 13편을 책으로
묶었다.

드러커가 들려주는 미래의 회사 형태는 이동식 천막과 비슷하다.

피라미드처럼 굳건하게 서서 영원히 존재하는 회사는 없다는 뜻이다.

정신없이 변하는 기술수준과 시장,사회구조 탓이다.

그는 "보고"라는 말을 경영용어사전에서 아예 빼버리라고 충고한다.

정보가 권위를 대신하는 세상에서 보고만을 붙들고 있는 경영자는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부하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따지고 드는 경영학 교과서도 이제는 덮어야
한다.

부하직원들을 몇명이나 거느리고 있는지로 경영자를 평가하는 시대는 갔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들을 뭉뚱그려 생각하는 집단적 노동관리는 옛날 식이다.

앞으로는 개개인을 대상으로 노동력을 관리해야 경쟁력을 키울수 있다고
말한다.

위계구조가 없는 작업환경, 아웃소싱의 보편화 등은 앞으로 개별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 큰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회사에서 몇년동안 일했다고 해서 은퇴할 때까지 그곳에서 일하리라는
기대는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건들이다.

드러커는 "명령모델"에서 "지식모델"로 바뀐 경제환경에서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탄탄한 교육을 바탕으로 한 "역량(competence)"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식경제가 범하기 쉬운 오류인 실적주의나 학력주의, 자격주의는
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과거 1백년동안 계급과 권력으로 지탱해왔던 조직구조를 상호이해와 책임을
중심축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앞으로 경영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는 또 2군팀을 운영하는 프로야구 구단처럼 소규모회사를 두고 함께 활용
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높은 잠재력을 지닌 인적자원을 전망있는 분야에 적절히 배분하는 것 역시
미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