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회사를 컨설팅하는 기업을 만들겠다"

구루컨설팅 한종극(36) 사장의 당찬 포부다.

한 사장은 컨설팅업계에서 신출내기다.

해외 유명대학의 화려한 꼬리표(학위)도 달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뜯어보면 한국컨설팅 업계를 짊어질 젊은이로 꼽을
만하다.

연세대 심리학과 석사 출신인 그는 교내 인간행동연구소에서 2년간 일하며
컨설팅을 접했다.

외국의 인력개발프로그램을 번역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하지만 번역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입사했다.

컨설턴트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지난 96년에는 1년 과정으로 컨설턴트 코스를 밟고 이듬해인 97년에는
컨설턴트 양성과정 강사로 뛰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켠에는 항상 답답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외형의 컨설팅업체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컨설팅 방법론과 같은
기술개발보다 비즈니스에 역점을 둔 경영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경영개선을 건의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외국컨설턴트로부터 며칠 교육받은 지식으로 컨설팅해주는 현실이 서글펐다.

컨설팅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인생의 행로를 정한 이유다.

98년 7월 구루컨설팅을 창업했다.

맨먼저 그가 한 일은 컨설턴트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전파하는 것.

국제노동기구(ILO)가 발간한 "경영컨설팅 전문가로 가는 길"을 번역했다.

신년에는 컨설턴트를 위해 6개월마다 발간되는 해외잡지도 번역할 생각이다.

인터넷을 통해 웹진으로 서비스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삼성SDS가 인터넷에 문을 여는 e캠퍼스의 컨설턴트 양성과정을 맡기로 한
것도 제대로 된 컨설턴트를 키우기 위해서다.

물론 컨설팅사업도 해오고 있다.

"컨설턴트는 무형의 약속을 파는 직업"이라고 믿는 그는 고객으로부터
컨설팅결과를 평가받고 있다.

한국 컨설팅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한 사장은 "유럽과 선진국에서는 컨설팅에 대한 품질보증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며 "ISO 9000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리강령까지 제정, 시행중이다.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