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12월 산업활동동향의 특징은 전반적으로 경기상승세
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지표가 주춤하는 징후를 보였다는데 있다.

이는 긍정적으로 볼 때는 경기가 자율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다가는 급속한 경기냉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정부나 기업 모두 한층 더 경기동향을 주목하고 신축적
으로 대응해야 한다"(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박사)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이다.

<> 지속된 경기상승세 =생산지수, 도소매판매액, 국내기계수주 등 실물
경제를 보여 주는 3대 지표는 작년 12월에도 모두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98년 11월부터 시작해 14개월째 상승커브를 그린 셈이다.

업종별로는 그동안의 추세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정보통신기기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컴퓨터업종의 생산은 98년 12월에 비해 1백44.8%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벤처나 소호(SOHO) 창업 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따라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81.0%를 기록, 11월에 이어 두달 연속 80%를
웃돌았다.

가동률이 두달이상 연속해 80%를 웃돈 것은 9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80-85%가 정상수준이므로 제조업체들이 본격적인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 경기조정 징후 =이처럼 활기찬 모습의 이면에는 앞으로의 경기상승 지속
을 의심케 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우선 생산증가율의 상승곡선이 작년 10월의 30.8% 이후 점차 완만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도소매판매액 증가율도 속도가 떨어지는 추세였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95.7을 기록, 11월보다 0.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친 점이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100을 밑돌면 경기수준이 정상적인 경기추세선
보다 못미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에대해 박화수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경기선행지표도 작년 9월부터
등락이 반복되고 있다"며 경기상승속도가 자율적인 조정을 거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향후 전망 및 정책대응 =삼성경제연구소의 홍순영 박사는 "금년에도
경기상승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속도는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선제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기존
의 저금리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대부분 12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대해
그동안의 경기과열 우려를 상당히 덜어주는 지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올해 국내외 경제여건이 작년만 못해 자칫하면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의 분위기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적어도 금융시장의 불안과 유가급등세가 진정되기
까지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중론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