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자금을 대는 창업투자사도 설립 붐을 타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27일 7개 창투사를 퇴출시킨다고 발표했으나 신설 등록중인
회사가 줄을 이어 현재 창투사는 사실상 1백개를 넘어섰다.

최근 창투사 설립이 느는 것은 코스닥 등에서 뭉칫돈을 번 벤처기업 및
개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화전자 제이씨현시스템 스탠더드텔레콤 닉소텔레콤 등 벤처기업이 근래
창투사를 세운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일진그룹 선도전기 등 일부 상장 중견기업들의 창투업 참여도 같은 맥락
이다.

벤처금융인들의 창투사 설립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기술금융에서 파트너를 지낸 홍성혁씨는 코엑스빌딩에 엔(N)벤처기술
투자를 설립, 주영기 전 국민기술금융 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오는 29일
창립기념식을 갖는다.

국민기술 투자심사역 출신의 김태형씨와 김종학씨는 스탠더드텔레콤과
닉소텔레콤을 끌어들여 자본금 1백억원 규모의 나래벤처투자를 차렸다.

국민기술 출신의 조봉래 팀장과 김용정 팀장도 각각 창투사를 세워 곧
중기청에 등록한다.

일신창투에서 영화투자로 이름을 날렸던 김승범 심사역 등은
튜브인베스트먼트란 창투사를 출범시켰다.

<> 창투사 설립, 왜 붐인가 =지난해 말부터 벤처캐피털 및 펀드 설립이
러시를 이루는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태승 한미열린기술투자 사장은 "아직 투자자들이 시중 금리나 부동산에서
투자메리트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 열풍이 지속
되는 것이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개인들의 높은 관심과 투자참여는 예전에
없던 현상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정보기술업체인 KIT의 김경식 사장은 "회사가 언론에 소개된 뒤 아줌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가격은 얼마든지 쳐 줄테니 주식을 달라며 연일 조르는
바람에 업무를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1백억원의 자본을 모을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벤처기업
투자전문의 창투사를 세우려 할 것이다.

<> "묻지마" 펀드결성이 거품 유발 =돈은 많고 투자대상은 적다보니 회사
내용이 조금만 좋은 업체라면 금방 투자기관들이 덤벼들어 며칠 내에 투자를
완료하는게 요즘 트렌드다.

모 투신사의 경우 요즘 뜨기 시작한 바이오 벤처기업에 불과 3일만에 3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실력"을 보였다.

가격에 거품이 붙을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들이 부르는게 값이다.

펀드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래산업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등 7개 벤처기업들에서 모금한다는 1조원
규모의 국민벤처펀드는 1년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국민들에게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명분은 그럴
듯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벤처펀드의 개인 투자자 수를 50인 이내로 제한한 규정 때문이다.

벤처펀드가 자칫 파이낸스처럼 부실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