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다.

동성애자 근친상간자 등 기존의 도덕관념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의
순탄치 않은 인생살이가 주류를 이룬다.

가면뒤에 추악한 얼굴을 감추고 온갖 죄악을 저지르는 권력과 지배자를
향한 조롱, 저항의식을 담아내는 수단이다.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이 실제로는 더 인간적임을 드러낸다.

그의 역설적이고 도발적인 화법은 대부분의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Todo Sobre Mi Madre) 은 그의 13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개봉됐던 "라이브 플래쉬"에 이어 대중성을 갖춘 작품으로
꼽힌다.

매춘하는 여장남자, 동성애 연극배우, 아이를 배고 에이즈에 걸린 수녀 등
특유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여전하다.

마뉴엘라(세실리아 로스)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는다.

아들의 일기장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한다.

돈 때문에 파리에서 여장남자로 매춘한 것을 알고 헤어졌던 남편 롤라
(토니 칸토)를 찾아 마드리드로 향한다.

그곳에서 남편의 아이를 밴 수녀 로사(페넬로페 크루즈)와 여장남자 친구인
아그라도(안토니아 산 주앙), 죽은 아들이 흠모했던 여배우 위마(마리사
파레데스)를 만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영화는 여성의 포용력과 생명력에 주목한다.

거기서 절망과 슬픔을 딛고 설 수 있게 하는 희망의 단서를 끄집어 낸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10대
영화중 첫번째로 꼽혔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