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래괴담에는 처녀귀신이 곧잘 등장한다.

소복차림에 산발하고 피묻은 입과 손톱을 들이대는 처녀귀신은 어릴적
이불밑 공포의 대명사였다.

서양에서는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배회하는 마녀와 함께 머리가 잘린
호스맨 (Horse Man)이 괴담의 주인공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슬리피 할로우" (Sleep Hollow) 는 머리없는 호스맨의 전설을 끌어들인
공포영화다.

"립 반 윙클"로 친숙한 워싱턴 어빙의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을 토대로
이야기를 엮었다.

1799년 뉴욕 인근의 슬리피 할로우란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희생자 모두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된 끔찍한 사건이다.

과학적 수사에 입각한 공정한 판결을 주장해 판사들의 속을 썩이던 신세대
경찰 이카보드(조니 뎁)가 사건현장에 파견된다.

마을에 도착한 이카보드는 독립전쟁 때 목이 잘린 채 묻혔던 독일용병이
살아나 자신의 머리를 찾기 위해 사람들의 목을 벤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는다.

이카보드는 끈질긴 수사 끝에 마을의 지주였던 반 가렛의 비밀결혼과 이에
얽힌 유산문제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현실과 환상의 두 세계를 교묘히 중첩시켜 동화적 색채의 서술구조를
유지했다.

피가 엉긴 시신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하드고어적 화면에 시대활극적
요소를 더했고 "가위손"의 캐릭터가 물씬한 조니 뎁의 표정연기로 웃음을
살렸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해 보는 맛도 쏠쏠하다.

"배트맨"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화성침공" 등의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