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칠 < 주핀랜드대사 >

핀란드와 러시아사이의 국경도시 바이니칼라(Vainikkala)역은 한국에서 온
컨테이너가 셀 수 없이 많다.

부산.인천항을 떠나 연해주 나호츠카 항구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치타
이르쿠츠 모스크바 세인트 피터스버그를 지나 핀란드 바이니칼라역에 내려진
수출품들이다.

이 루트로 여기에 오는 한국의 수출품은 한달 평균 대형 컨테이너 1백50~2백
개다.

이들 상품은 러시아를 포함 옛 소련국들에게 보내진다.

북유럽국가들에 수출할 때 시베리아 횡단철도 이용이, 선박을 이용할 때
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나호츠카 경유,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핀란드 물류기지 바이니칼라까지의 9천8백55km를 운반해 오려면
20일이 걸리고 비용은 통상 3천5백달러 정도든다.

반면 선박으로는 40일이 걸리고도 4천달러가량 든다.

최근 독일의 폴크스바겐 및 아우디자동차도 러시아에 대한 수출 물류기지를
폴란드 국경도시 브레스트(Brest)에서 핀란드의 한코(Hanko)항으로 옮겼다.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핀란드 물류기지에서 추진하는 게 더 이롭다고 판단
됐기 때문이다.

또 미국기업들도 최근 핀란드의 코츠카(Kotka)항에 전용 부두(Sea Land)를
설치하고 구 소련에 수출하는 물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핀란드는 최근들어 구 소련 중계무역지로 부상하고 있다.

99년 12월 열렸던 "EU정상회담"은 러시아.북유럽권 개발을 골자로 하는
"북방협력정책(Northen dimension)"의 행동계획을 결정했다.

세계 최대 가스매장지인 러시아 바렌츠해연안과 야말반도일대를 개발,
러시아는 EU에 가스를 공급하고 EU는 러시아경제개발을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러시아정부는 이에 대해 물론 긍정적이다.

역사상 실크로드 중심국가들의 지하자원이 요즘 서방 자본에 의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쟌 카자흐스탄 등이다.

이들 국가는 수년내 신흥시장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러시아 서북부권이 EU개발권역에 들어가고 중앙아시아가 신흥시장으로
부상하면 현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의한 극동-유럽간의 교역은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21세기에는 한반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새 실크로드 개념의
"초고속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건설될 것이다.

또 북방협력정책 수립가들의 주장처럼 핀란드 북부의 과학도시 오울루~
바렌츠해 연안항구 아르캉겔레스~모스크바~극동 블라디보스톡을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또 다른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탄생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권 국가들간의 지역내 교통도 고속화되어 21세기에는
유라시아 전대륙이 초고속 전철 건설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 기술진은"한국형 고속철도"를 개발했다.

21세기 유라시아 횡단 철도 건설에 우리의 철도기술이 적극적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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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