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이 원유감산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과 미국이
전략석유비축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는 예상 등으로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떨어졌다.

27일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3월 인도분은 배럴당 27.32달러로
전날보다 52센트 내린채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달중 장중에 기록한 9년만의 최고치 30.00달러에 비하면 1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WTI는 전날에도 27.84달러로 44센트 하락했다.

런던시장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 3월물이 전날보다 51센트 떨어진 25.62달러
에 장을 마감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55센트 하락한 배럴당 24.1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노르웨이 석유장관이 지난 26일 만난 자리에서
"국제석유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약세를
보였다.

세계 양대 석유 수출국인 두 나라가 이렇게 판단함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원국들이 감산합의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과 매리트
아른슈타드 노르웨이의 석유장관 회담을 계기로 감산조치가 3월 이후로 연장
될 가능성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유가안정을 위해 미국정부가 전략석유비축량(SPR)을 당분간 더
늘리지 않기로 한 것도 유가하락을 부추겼다.

빌 리처드슨 미 석유장관은 26일 전략석유비축분으로 추가 공급하기로
한 5백만배럴을 비축분으로 쌓아두지 않고 이를 시장에 방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불안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의회는 최근 유가급등에 따른 경제피해를 막기위해 전략석유비축량을
시장에 방출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라고 정부에 촉구해 왔다.

OPEC 회원국들은 지난해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으로 떨어지자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끌어올리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 3월 OPEC총회에서 감산에 합의한후 작년 4월부터 감산하고 있다.

당시 OPEC은 감산조치를 오는 3월말까지 1년동안만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초 유가가 하락기미를 보이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등
일부 OPEC국가들은 감산조치를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감산연장 움직임으로 국제유가가 급등, WTI가격(최근월물기준)이 최근 한때
배럴당 30.00달러로 치솟으면서 9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