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오히려 세계경제에 독이 될 정도다.

미 경제는 작년 4.4분기에 5.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예상치(5.2%)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경기과열 진단이 내려진 작년 3.4분기
(5.7%)보다 높다.

이에따라 99년 한해 성장률은 4.0%에 달했다.

금리인상에도 불구, 97년과 98년에 이어 연속 3년째의 4%대 고성장이다.

작년 소비지출은 5.4% 증가, 84년후 가장 많이 늘었다.

이처럼 성장률과 소비증가율이 높다보니 물가불안 징후도 강해졌다.

작년 4.4분기중 기업고용비용 증가율은 1.1%로 역시 3.4분기(0.8% 증가)를
웃돌았다.

이 비용은 물가에 대한 영향력이 커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중 하나다.

이 기간중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2%로 3.4분기의 1.1%보다
높아졌다.

이 모두 물가불안을 경고하는 신호들이다.

지속되는 경기과열로 금리인상 우려는 더욱 고조됐다.

인상폭이 커지고 인상횟수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월가의 금융전문가들은 "내달 1~2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인상예상폭을 올려잡았다.

성장률과 고용비용지수가 발표되기 전엔 인상폭이 0.25%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2월1~2일의 FOMC 회의와 다음번 FOMC 회의(3월21일)에서
잇달아 미금리가 0.25%씩 인상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같은 금리인상 우려로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주가가
각각 2.5%및 3.7%나 급락했다.

작년 하반기의 3차례 금리인상에도 아랑곳없이 미경기가 더 뜨거워지자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가 미국의 과열된 경기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과열경기를 식히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금리인상폭을 확대하거나
인상횟수를 늘릴 경우 세계경제가 혼란해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미증시가 급락하면 세계증시도 흔들린다.

증시가 불안해지면 경제의 안정성장도 위협을 수밖에 없다.

미경제의 독주는 또 세계경제의 성장불균형을 심화시키게 된다.

성장불균형이 심화되면 자본이 한 곳으로 몰리는 국제자금편중 현상이
불가피하다.

최근 유로가치가 유로당 1달러밑으로 떨어지면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
하고 있는 것도 미국과 유럽간의 불균형성장으로 인한 자금이동 탓이다.

유럽경기 회복세에 실망한 국제투자자들은 자금을 미국으로 돌려 유로폭락.
달러급등을 초래했다.

현재 미국경제는 뛰고 유럽과 일본경제는 걷고 있다.

이같은 불균형성장은 국제환율불안의 최대 요인이다.

이와함께 미국의 식지 않는 소비 붐으로 미국 무역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그
결과 미국과 교역상대국들간 무역마찰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같이 미경제의 지나친 성장은 세계경제에 득보다 실이 크다.

미경제는 2월로 연속 1백7개월 성장이라는 사상최장의 경기확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소프트랜딩(물가불안 없이
성장률이 적정 수준으로 둔화되는 경기연착륙)해야 세계경제에 이롭다고
지적한다.

3% 안팎이 미국의 적정 성장률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