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엔젤)수가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청 조사결과는 주목할만 하다.

지난해말 현재 17개의 엔젤클럽에 약 3천6백여명의 투자자들이 가입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올들어 한달만에 엔젤클럽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가입자수가 적어도 1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구성원도 장년층의
개인사업자 중심에서 봉급생활자와 가정주부 그리고 청년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엔젤클럽 확산현상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칫 수많은 투자자들이 투자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원래 벤처기업이란 성공 가능성이 낮은데다 특히 벤처창업 초기에 집중투자
하는 엔젤클럽은 그 속성상 투자실패의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하겠다.

더구나 상당수의 엔젤클럽들은 벤처기업의 사업성을 정확히 평가할만한
능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걱정스럽다.

벤처붐을 조성함으로써 벤처기업을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각시키려는 정부의도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시기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창의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벤처정신 대신 일확천금의
투기바람에 휩쓸려 근로의욕과 건전한 기업풍토를 해치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
일이다.

또한 벌써부터 본업에 충실하기 보다는 지분을 팔아 모은 돈으로 다른
부문에 투자하는 문어발식 경영을 일삼는 "무늬만 벤처"인 기업은 하루빨리
가려내야 하겠다.

이점에서 볼때 지금 정부당국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지원자금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유망한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한예로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협력을 강화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조항들은
서둘러 고쳐야 한다.

또한 벤처기업들간의 정보공유 기술교류 업무제휴 투자유치 등을 촉진하는
시스템도 좀더 효율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벤처 창업과 투자열기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뜨거운데 비해 수많은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데 필요한 정확한 정보유통과 전문인력 수급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기반구축은 거의 안돼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불균형 때문에 모처럼 조성된 벤처붐이 국제경쟁력 제고와 고부가
가치 창출이라는 알맹이는 없고 투기심리 조장이라는 쭉정이만 남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모처럼 조성된 벤처붐의 내실화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