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으로 각각 1억원씩 들여 학교앞에 책방 하나와 분식점 하나를 냈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안읽는 바람에 책방은 지금 내다팔면 7천만원밖에
못받는다.

분식점은 장사가 잘돼 지금 팔아도 1억3천만원은 받을 수 있다.

어느 가게를 줄이고 어느 가게에 더 투자할 것인가? 강연때마다 꼭 묻는
질문이다.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당연히 책방을 줄이고 분식점에 더 투자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연이은 질문이 나가면 어리둥절한 표정이 진짜로 곤혹스럽게 변한다.

"그러면 그동안 주식투자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잠시 머뭇거리다 힘없이 나오는 대답은 여지없이 "거꾸로 했어요"다.

표정을 보면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모습이다.

주식이 사업하고 뭐가 다른가?

오르는 주식을 더 사는 것은 잘되는 장사에 더 투자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손님 많은 분식점은 주방에 보조도 한사람 더뽑고 공간도 더 키우는 게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내리는 주식을 조금씩 정리하는 것은 안되는 사업을 줄여 나가는 것
과 똑같다.

장사 안되는 책방은 점원도 한명 내보내고 규모도 줄이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이렇듯 먹은 주식을 추가매수하고 깨진 주식을 손절매해 나가는 것은 다른
세상사에 빗대봐도 지극히 상식적인 이치다.

그런데도 기가 막히게 반대로들 한다.

주식은 마치 별나라에서 온 별종게임인양 상투니 바닥이니 하며 기를 쓰고
거꾸로 논다.

벌면 잽싸게 챙기고 잃으면 어김없이 물타기다.

지수가 100부터 열배가 올랐어도 번 사람이 10%도 안되는 건 바로 이렇게
상식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30대 재벌중에 열몇개가 넘어지고 굴욕스럽게 IMF신세를 진 것도
같은 이치다.

주력사업에서 잘번 돈을 여기저기 돈안되는 사업에 밀어넣고 살려보려고
또 밀어넣고 설마설마 하다가 마침내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기업이든 주식투자든 물타기는 자멸이다.

누가 지어냈는지 몰라도 물타기라는 말은 주식사전에서 없어져야 한다.

공부 잘하는 자식은 과외를 시키면서 더 밀어주고 춤에 빠진 자식은
댄스학원에 보내는 게 옳다.

공부하는 놈은 으레 알아서 하려니 하고 등한시하다가 최고 일류대에
보낼 것을 한단계 낮추고 만다.

오히려 춤바람난 놈을 과외붙이고 법석을 떨다가 결국은 춤 재주마저
썩혀버린다.

한번 잘될 때 확실히 챙겨놓고 안될 때는 빨리빨리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참 안된다.

돈되는 주식은 푼돈 몇푼만 챙기고 파는 반면 깨지는 주식을 굳이 끌어안고
끙끙대는 걸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인간의 짧은 머리로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내리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게 오를 수 있는 것이 주가다.

몇년에 한번씩 어쩌다 몇 놈씩 크게 먹여줄 때 감사한 마음으로 한몫 단단히
챙겨두어야 한다.

그래야 그 나머지 대부분의 기간,대다수 다른 종목에서 조금씩 토해 내주고
도 남는 게 있다.

사는 것마다 먹고 나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이 불가능에 도전하려다보니 물타기라는 무리수마저 두게 되는 것이다.

우량주를 저점매수할 때라 한다.

그렇잖아도 많이 들고 낑낑대는데 더 사라고 꼬신다.

지금있는 만큼만 들고 있으면 가격이 더 빠져도 그나마 기동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물을 탔는데 더 빠지는 날에는 중태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또 다시 몇달을 식물인간으로 지내야 할 지 모른다.

그런일은 예전에도 지긋지긋하게 해보지 않았는가?

물타기는 성공해봐야 본전이고 실패하면 끝임을 다시한번 명심해야 할때다.

"1월효과"가 양력에는 없었으니 음력에라도 기대해보자.

어쨌든 설쇠고 돌아오면 새마음 새기분으로 원칙만 잘 지키자.

돈은 때가 되면 시장이 벌어주게 돼 있다.

< 한경머니 자문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