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증시는 전형적인 매크로(거시경제)장세를 보였다.

상당수 기업들의 작년 4.4분기 경영실적이 기대이상의 호조를 보였으나
미국 경제 전반의 경기과열 우려라는 대세에 밀려 주가는 뒤로 밀렸다.

지난 주말까지 작년 4.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S&P500대 기업소속
2백95개 기업들의 평균 순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2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5.4%나 웃도는 호성적이다.

특히 이 가운데 66%(1백95개사)가 전문가들의 전망을 웃도는 높은 이익을
실현했다.

나머지중 63개 기업도 월가의 예상에 부합했으며, 기대치 이하의 성적을 낸
기업은 19개사에 불과했다.

주요 기업들의 재료가 이처럼 훌륭했지만 지난주 미국 증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두웠다.

주말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및 기업 고용비용지수(ECI)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과열 조짐이 뚜렷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우려는 증시 최대의 적가운데 하나인 금리인상으로 귀결된다.

내달 1,2일 소집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인상폭이 당초 예상됐던 0.25% 포인트 대신
0.5% 포인트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말을 고비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는 "소문에 팔고 뉴스에 사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주요 주식에
대한 투매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결과 지난 한주일 동안 첨단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8.2%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도 각각
4.55%와 5.62%씩 하락하는 등 주요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했다

CBS-TV 뉴스가 지난주 미국증시상황을 "대학살(bloodbath)"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주가낙폭이 컸다.

나스닥 지수의 낙폭은 주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나스닥과 다우 지수는 기술적 지지선으로 여겨져 온 4,000선과
1만1,000선이 각각 무너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미국 증시가 당분간 상당한 혼미 속에서
추가조정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최근 미국증시의 "체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의 상승무드를 이끌어 온 첨단 기술주들이 오랜 기간 거품 시비에 오른
끝에 조정되는 양상을 보이는 등 주도주들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표적 첨단종목 주가 지표인 블룸버그 US인터넷 지수는 지난주
5.4% 하락했다.

지난해 급속한 주가 상승 덕분에 "인터넷 신데렐라"로 꼽혔던 아마존 닷
컴의 경우 올들어 지난 주말까지 주가가 40%이상 하락, 1백70억달러의
자산이 증발해버렸다.

지난해 주가가 27배나 뛰어 오르며 월가를 경악케 했던 통신장비회사
퀄컴의 주식도 올들어 37% 미끄러지는 등 고가 첨단주들의 "거품 제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첨단주와 함께 미 증시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 온 금융주들도 금리 불안
조짐에 따라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 주 S&P 금융지수를 구성하는 71개 업체 가운데 68개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J P 모건,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즈, 찰스슈왑 등은 낙폭이 5%를 넘는등
주요 주식들이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차례 단행됐던 금리인상 조치는 결과적으로 증시의
바닥을 탄탄하게 다져주는 역할을 했지만, 내주중의 금리인상은 시기적으로
증시의 체력이 현저히 약해진 터여서 주가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