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한국중공업의 비리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일반감사나 특별감사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해 그 배후에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중공업은 대우그룹 최고경영진 출신인 윤영석 사장의 지시로 지난해
경영난에 허덕이던 대우로부터 무보증 기업어음 2천억원을 매입했다가 결국
8백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사원은 31일 "한국중공업에 대해 어떤 종류의 감사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참고는 하겠지만 이 문제
하나 때문에 감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특히 한국중공업은 노조와 경영진
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여서 자칫 감사가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감사거부 사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표면적으로는 대우채권이 문제인것 같지만 이면적으로
얽혀있는 노사간 미묘한 입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감사원이 공개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사안을 외면하는 것은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감사원측은 이에 대해 "시기는 미정이지만 상반기에 한국전력과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등 1백50여개 공기업의 구조조정 실태에 대한 특감이 실시된다"
며 "이때 관련부분이 있으면 한국중공업 대우채권 문제를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감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 한은구 기자 to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