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확산은 이제 일반인들의 "문화생활"도 바꾸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모나리자 같은 세계적 명화들도
인터넷을 통해 집안에서 실감나는 영상으로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에게 유명 화가들의 그림은 아직 여전히 자신과 거리가
먼 존재다.

한가롭게 그림을 감상할 겨를도 없지만 봐도 뭔지 모른다.

무엇보다 가격이 워낙 비싸다.

때문에 그림은 여유있는 특권층의 사치나 부의 축적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전국 미술대학의 교수들이 이같은 문제해결에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이같은 일반 사람들과 값비싼 그림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다.

자신들의 그림을 인터넷에 올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

주인공은 권여현(원광대), 김선두(중앙대), 박경순(국민대), 배성환
(건국대), 이선원(수원대), 이종송(건국대), 이상봉(성균관대) 교수 등
7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아트미(www.artmi.co.kr)라는
사이트를 새로 만들었다.

인터넷 서점 퀵북(대표 이경실)에서 운영하는 아트미는 인터넷을 통해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사이버 갤러리"다.

"미술가들은 누구나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합니다. 그러기엔
기존 화랑의 장벽이 아직은 너무 두텁죠. 그 대안으로 인터넷에 주목
했습니다"(이상봉 교수)

현재 아트미에는 창립 멤버인 미대 교수 7명을 포함해 모두 36명의 중견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그린 동양화 서양화 판화는 물론 사진 조각 도자기 금속
공예품 등 모두 1백50여점을 올려 놓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해 작가 이름을 클릭하면 곧바로 사이버 갤러리로 연결돼 그
작가의 작품이 나타난다.

마우스를 이용해 전시장을 오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원하면 크게
확대해 볼 수도 있다.

작품이 맘에 들어 구입하고 싶으면 "구매하기"를 클릭해 평생 소장할 수도
있다.

이상봉 교수는 "가장 로테크(lowtech)한 그림을 가장 하이테크(hightech)한
방법으로 판매한다"고 표현한다.

아트미는 또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론과 함께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재료 액자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품작의 선정 및 해설은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사이버
큐레이터 김유숙씨와 김성현씨가 맡았다.

특히 김유숙씨는 사이버 공간에서만 활동하는 사이버 큐레이터 1호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네티즌들로부터 그림 못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트미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탄탄한 젊은 작가층
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

"참여 작가를 대학에 재직중인 교수나 강사들 중심으로 구성한 것은 일반인
들이 믿고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김유숙씨)이라는 설명
이다.

이 사이트를 주로 방문하는 30~40대 주부층 네티즌들도 평소 쉽게 만나기
어려운 명사들의 작품을 마음껏 접할 수 있다는데 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아트미는 "미술품의 대중화"라는 모토에 걸맞게 일반 화랑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최저 3만원 선에서부터 최고 2백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작가들의 자존심 때문에 공개하기 꺼리는 가격까지 일일이 그림에 매겨
놓은 것은 "투명성"을 위해서다.

대신 판매로 얻게 되는 수익금의 배분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아트미는 그림 외에도 국민대 박경순, 김승희 교수의 공예품을 전시 판매
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것은 대부분 각종 장신구, 찻잔, 인형, 인테리어소품 등
실생활에 유용한 것들이어서 실제 사이트 방문자들 사이에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트미는 오는 9월부터 사이버 공간의 미술전시회에 국내에선 처음 본격적
인 전자상거래 개념을 도입해 미술품 경매에도 나설 예정이다.

아트미는 그림 판매 외에 일반인들에게 미술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 주기 위한 각종 사이버 강좌와 전시회 정보도 준비중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교육 강좌가 대표적이다.

이 강좌에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미술작품을 보내면 대학교수들이 인터넷을
통해 평가한 내용을 전해준다.

또 작가와의 대화방을 마련해 일반인들이 그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내용들
을 게시판 형태로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건국대 이종송 교수(회화과)는 "인터넷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은 음란물 등 불건전한 문화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아트미를 네티즌들이 제대로 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미술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사이트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