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벤처창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벤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대학생 창업이 활발하다.

그런데 최근 일부 대학에서 학교재단이 주축이 돼 수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학생들에게 빌려 주고 이를 학생들이 알아서 투자토록 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벤처기업가 육성에서 한걸음 나아가 학생 벤처 투자가를 키워 내고 있는
것이다.

노던 일리노이 대학(NIU)은 이런 "과감한" 대학중 하나다.

이 학교는 22만달러(약 2억5천만원)를 학생들에게 대여해 주면서 자금
사용은 학생들에게 맡긴다.

다만 이 돈이 학생 부모들의 회사로 빼돌려 지는지 등을 감시한다.

썬마이크로시스템스나 델컴퓨터같이 미국 정보통신 업계를 선도하는 유망
기업의 주인을 어린시절부터 키워 내자는 것이 이 학교재단의 목표다.

이 학교 제프 메이어 재무담당관은 "물론 적지 않은 돈을 학생들의 처분에
일임한다는 것이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보기와 달리 학생들은 매우 신중하고 때론 보수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은 받은 돈으로 유망한 투자처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누구
보다도 열성적이다"라고 말한다.

NIU와 같이 대학생 투자자를 육성하는 곳은 시카고대 인디애나대 위스콘신대
등 미국 전역에 70개가 넘는다.

그러나 이 자금은 신청한다고 해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IU재단의 경우 우선 신청자를 모집한 다음 이 중에서 성적이 가장 뛰어난
8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나이는 모두 21세 전후로 2~3학년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프로 펀드매니저들과 마찬가지로 분기별로 자금의 사용계획과 지출
내역 등을 NIU재단의 재정위원회에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만약 자금 사용계획등이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될 때는 자금사용
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8명의 학생중 가장 나이가 어린 데이비드 하스(21)는 "우리는 초기엔 적은
규모로 기술관련주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씩 성장세를
나타내는 회사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뿐만 아니라 이같은 학생 투자자를 키우고 있는 많은 대학들에서
이들의 성적표는 예상보다 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로는 현직 펀드매니저들보다 뛰어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물론 실전경험의 부족으로 손실을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

NIU재단의 맬로리 심프슨 이사장은 "단순히 일정액의 돈을 가지고 하는
실험수준인 "플레이머니"시뮬레이션을 넘어 학생들에게 실제 현장에서 배움
의 기회를 주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학생들이 직업적인 펀드매니저들보다 뛰어난 실적을 거둘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때론 운이 좋아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평생자산이 될 교육적인 경험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스군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투자화되는 걸 지켜 보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다. 자부심도 느낄수 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라며 으쓱해 했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