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식품을 유통시키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배달중에 부패해 못쓰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품만으로 1998년 미국내 전자상거래 5위를 차지한 회사가 있다.

바로 피포드(www.peapod.com)다.

이 회사는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을 포함해 7개 도시에서 3만여개의 배달
품목을 갖고 영업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주문하는 가정수만도 98년말 현재 10만4천가구에 이른다.

매출액은 7천만달러로 다른 경쟁업체보다 10배 이상 많다.

크래프트의 중역이었던 앤드루 파킨슨과 그의 남동생 토머스는 1989년에
피포드를 설립했다.

많은 사람들이 장보는 것을 귀찮아한다는 사실에 사업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90년 시카고에서 시험삼아 운영을 해보고 샌프란시스코(93년), 콜럼버스
오하이오 보스턴(96년), 텍사스(97년) 등지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들은 지역별로 유명 슈퍼마켓과 제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손님이 인터넷을 통해 쇼핑을 원하면 이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
이다.

따라서 보스턴 지역은 스톱 앤드 스톱(Stop&Stop), 캘리포니아는 세이프웨이
(Safeway) 등 지역별로 파트너가 다르다.

이 회사의 진짜 수익원은 식품유통 수수료가 아니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정보가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준다.

슈퍼에 진열된 모든 제품에는 바코드가 부착되어 있다.

계산대에서는 바코드를 읽으면서 얼마나 구매했는지 계산한다.

물론 그 안에는 무엇을 샀는지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

이 정보는 슈퍼마켓으로 가지 않는다.

AC닐슨 등 마케팅 전문회사의 손으로 넘어간다.

이들은 기본 데이터를 사기도 하고 바코드를 설치해 주는 대가로 무상으로
받기도 한다.

마케팅 회사는 데이터를 가공해 정보를 만들고 지식을 창출, P&G,
필립모리스, 네슬레 등 식품산업의 대기업에 비싼 값으로 넘긴다.

메이커는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신제품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이 정보에는 소득수준이 얼마이고 가족은 어떻게 구성됐으며 어떤 사람이
주로 어느 때 배달받기를 원하며 사는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당연히 탐낼 만한 정보들이다.

피포드는 이 정보를 파는 것이다.

이 회사는 컨슈머 다이렉션즈(Consumer Directions)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는 온라인 연구 서비스로 소비자 상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에 큰 잠재력을
가진 자사의 인터넷 식품점의 소비자 다이렉트(consumer direct) 채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의 첫 고객은 콜게이트 팜올리브 크래프트 네슬레 랄스톤퓨리나
등이다.

컨슈머 다이렉션즈는 2년 동안의 학습 협동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간에 피포드는 인터넷 배급 채널에 독특한 여러 가지 마케팅 기술의
효과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고 집행한다.

연구 주제로는 상품의 최적 배합, 가상의 판매시점정보(POS) 디스플레이,
웹광고, 상품과 홍보를 개별화하기 위한 타깃 기술의 사용,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 기법의 적절한 혼합 등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피포드 회원에게는 무료구매 티켓 제공 등의
배려가 따른다.

피포드는 자사 인터넷 식품점 분야의 지배적인 시장 점유율과 개별화된
점포 홍보 실험환경을 만들게 해주는 웹 사이트 기술을 확보, 이러한 연구를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부사장인 조지 두에어는 소비자 다이렉트 채널의 잠재적인 성장 규모가
수백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한다.

자신들은 소비재 메이커들이 채널의 성장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있는 연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어마어마한 부가가치가 따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신현암 삼성경제연 수석연구원 kevin@seri-samsung.org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