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금융겸업화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일 발표한 "은행의 겸업화 전략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겸업화는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금융회사의 동반
부실을 낳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강기승 한은 조사역은 "겸업화는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금융거래자간
이익의 상충이나 금융회사의 동반부실화 등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은행은 계열 증권사의 보유 증권 또는 계열 보험사의 보험상품
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대출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한은은 이를 대표적인 이익상충 사례로 들었다.

또 은행이 부실대출금 회수를 위해 차입자에게 주식 또는 회사채를 발행
하게 하고 이를 계열 증권사가 인수토록 경우도 있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와함께 겸업화는 비은행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신용도가 낮은 증권 보험사 등이 신용도가 높은 은행과 겸업 또는 업무제휴
관계를 맺을 경우 높아진 신용도를 바탕으로 무리한 경영전략을 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겸업화는 통화신용정책의 기본틀인 통화량과 은행의 개념을 불분명하게
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강 조사역은 "현재의 금융회사 중심에서 금융상품 중심으로 새로운 통화
지표를 개발하고 지준부과 대상을 종금 등 2금융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겸업화는 최근들어 급진전되고 있다.

작년말 현재 서울.평화.제주은행을 제외한 14개 일반은행은 총 39개 금융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 대주주가 증권 및 보험사를 소유하면서 사실상 금융
지주회사 형태로 운용중이며 조흥.한빛.하나은행 등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준비중이다.

또 은행은 증권.보험.투신사 등 2금융권 기관 및 유통.통신업체, 공공기관
등과 업무제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증권과는 15개, 보험과는 16개, 투신과는 8개, 전문계카드와는 12개,
유통과는 7개, 통신과는 9개 은행이 각각 업무를 제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