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라토리움(지불유예) 선언으로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운용회사측이 원금의 50%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김용균 부장판사)는 1일 강모씨 등 투자자
25명이 러시아펀드 운용회사인 현대투자신탁증권(구 국민투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투자자들에게 각각 투자원금의 50%인
10억7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융기관인 피고측은 마땅히 신탁상품 등의 판매에
앞서 투자자들에게 그 운용방법과 위험성 등을 구체적이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피고측이 이러한 설명의무를 저버리고 고수익 상품이란 점만 강조해
상품매입을 권유했던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측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투자의 위험성 등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은데다 전례가 없는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비롯된 사고인 만큼 5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씨 등은 지난 1997년 1월께 현대투신이 러시아 국채 등에 투자하기
위해 내놓은 "국민하이일드""국민베스트인컴"등 신탁상품에 돈을
넣었다가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투자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돼자 지난해 소송을 냈다.

손성태 기자 mrhand@ 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