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연속흑자의 단꿈이 깨졌다.

올해 1월의 무역수지적자는 26개월 연속흑자행진을 마감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97년11월 외환위기발생이후 원화가치가 급락한데 힘입어 대규모로 무역흑자
를 내던 시절이 막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첫 징후로 해석된다.

잘못하면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허덕이던 97년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경고신호인 셈이다.

일부에선 외환위기를 재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무역흑자를 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 과거로 회귀하는 무역구조 =1월중 무역수지적자를 기록하기는 지난
97년이후 2년만의 일이다.

과거회귀의 징후는 급증하고 있는 수입에서 찾아볼수 있다.

1월중 수입은 지난 97년7월(1백26억달러)이후 가장 많은 1백26억달러로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전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지난해 1.4분기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수입증가율도 2.4분기에 22.1%,
3.4분기 38.6%, 4.4분기 44.8%로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올 1월중에도 46.3%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입증가를 선도하고 있는 품목은 원유 등 원자재와 반도체 전자부품
통신기기 등 자본재.

내수경기가 회복되고 수출이 급증함에 따라 수입이 함께 늘어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내수와 수출이 증가하는 만큼 수입이 유발되는 과거의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은 탓에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 전민규 연구위원과
LG경제연구원 이용만 연구위원)는 지적이다.

지난 98년과 99년에 대규모 무역흑자를 냈지만 수출입구조는 만성적자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고 언제든지 다시 무역적자를 낼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2002년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대한 반론도 있다.

1월 한달간의 적자만을 보고 흑자기조가 무너지는 것으로 판단할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의 심영섭 연구위원은 무역흑자축소는 자연스러운 추세라며
무역적자라도 우리 경제가 감당할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위원도 무역흑자달성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무역동향을
면밀히 관찰,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 무역수지흑자 목표달성 불투명 =연초부터 정부의 무역수지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수입증가를 감안해도 1월중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뤄 적자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1월 실적만 갖고 연간 흑자목표달성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여건이
낙관적이지 못하다.

국제원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엔고 현상도 멈췄다.

원화가치도 지난 연말 달러당 1천1백38원에서 1천1백20원선으로 높아졌다.

물론 수출이 강한 탄력을 받고 있다.

1월중 수출은 32.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수출과 수입이 동반해서 증가하지만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밑도는 형국이다.

전민규 연구위원은 "당초 97억달러로 무역흑자를 예상했으나 수입증가속도가
워낙 빨라 흑자예상폭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정부대책 =산업자원부는 원화가치의 안정을 제일 눈여겨 보고 있다.

환율과 금리 물가등 거시경제변수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원화와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환율이 무역흑자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무역전시회개최 해상운임및 외환수수료 등 물류비용 인하를 유도,
무역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 원유판매수입이 늘고 있는 중동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플랜트수출에
주력하기 위해 민관협동체제를 구축했다.

또 중소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고 사이버무역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 김성택.박민하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