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이요? 말도 말아요. 올 설은 작년보다도 못해요"

새천년이 시작된지 한달이 다된 지난 주말.

지역 경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나본 부산 대구등의 지방상인이나 중소기업가
들은 한결같이 이제부터 진짜 IMF경제위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서 20년째 택시를 몬다는 한 운전기사는 "몇년 전만 해도 명절전후
열흘간은 손님들로 넘쳤는데 올해처럼 장사 안되기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경기가 그래도 지방보다는 낫다는 서울이지만 이곳에서도 재래시장은 냉기가
역력하다.

남대문시장에서 아동복 장사를 하는 K씨는 "4, 5년 전만 해도 명절전 일주일
은 매출이 2배이상 뛰었으나 요즘은 달라진게 전혀 없다"고 한숨지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수의 대형 백화점이나 강남의 고가 수입브랜드 부티크
등은 초호황을 누려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 현대등 유명 백화점의 설 선물 상품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5% 가량
증가했다.

선물 상품도 굴비 갈비등 고가품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양상에 대해 IMF 관리체제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20대80"의 사회화 현상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미국처럼 계층 분화가 심화되고 있고 경기도 고소득층
대상 업종과 서민대상 업종간에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만을 보고서는 전체 경기가 냉탕인지 온탕인지 알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이 IMF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선언했다.

올들어서는 경기과열이 우려된다는 견해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당국의 경기 인식에 대해 서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어 모든 사람들이 호경기를 실감할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일부 벤처기업이나 대기업의 영업실적만으로 경기가 좋아졌다고 할수는
없다.

"부익부 빈익빈"현상 심화로 보통사람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이제는 정치인들도 눈앞에 다가온 총선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외환위기
직후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 호소하는 서민들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서민들은 대다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정치적 자유만큼이나 아직도 빵이
더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음을 정치인과 정부당국자들은 직시해야 한다.

< 최인한 유통부 기자 janu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