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회사는 70년대 후반 산업화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만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세워졌다.

76년 4월 한국종합금융을 시작으로 현대 한불 새한 아세아 한외종합금융이
79년까지 차례로 문을 열었다.

해외에서 자금을 원활하게 빌릴 수 있도록 6개 종금사는 모두 해외 투자자와
합작으로 설립됐다.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이들은 원래 목적에 따라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94년에 지하자금을 양성화한다는 취지로 9개 투자금융회사가
종합금융회사로 전환되면서 종금회사의 본래 설립취지는 크게 퇴색했다.

해외자금 조달 기능보다는 CP(기업어음) 할인을 통한 기업에 단기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이 주된 업무로 부상했다.

투자금융회사의 주 업무가 이른바 단자업무였기 때문이다.

96년 7월에는 15개 투자금융회사가 종금사로 전환되면서 모두 30개 회사가
종합금융회사 이름을 달게 됐다.

그러나 투자금융회사의 종금사 전환은 결과적으로 97년 외환위기를 불러
오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단기금융을 주력으로 하던 회사에 중장기 시설대여 등의 종합금융회사
업무가 허용되면서 단기 차입금으로 장기 대출에 나서는 무모한 경영 행태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97년 하반기에 대다수 종합금융사가 부도위기에 놓였고 이는
금융시장 불안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같은 전력으로 인해 종금사는 IMF 구제금융이후 30개 회사 가운데 21개가
문을 닫는 혹독한 구조조정(영업정지된 나라종금 포함)을 당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9개 회사도 현재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업종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 김수언 기자 soo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