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쇼핑명소로 젊은이들의 인기가 높은 서울 동대문시장 서부상권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두가지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하나는 동대문의 대표적 쇼핑몰인 밀리오레에서 장사를 하려면 몇천만원의
웃돈을 상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문은 밀리오레 입점상인은 당시 분양중이던 밀리오레 명동점에
무조건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퇴점조치라는 불이익을 피할수 없다는 설도 꼬리를 물고 따라
다녔다.

이같은 소문은 올들어 내용이 더 다양해진채 빠른 속도로 동대문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전의 등장인물이 "입점상인"과 "밀리오레"라는 두 주인공에 불과했던데
반해 이번에는"지주"라는 제3의 인물도 등장했다.

밀리오레로부터 상가를 등기분양 받은 지주들은 밀리오레측이 계약서를
임의로 변경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상가 개발비와 분양수수료를 억울하게 부담시켰고 주차장 수익금도
돌려주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부당이익금 반환 및 손해배상청구서"를 작성, 법정싸움에
들어갈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밀리오레측은 괴소문이 근거없는 모함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퇴점 소문에 대해선 상가활성화 차원에서 행한 조치가 잘못 전해졌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또 지주들의 손해배상요구에 대해선 제몫만을 챙기려는 지주들의 이기주의
라고 몰아부치고 있다.

이렇듯 밀리오레를 둘러싼 괴소문은 어떠한 결말도 나지 않은 채 주인공들
간의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결말은 무엇일까?

지주, 밀리오레, 입점상인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법적으로 결론이 난 바는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괴소문이 퍼지게 된 원인을 찾아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패션의 실리콘밸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동대문시장에서 나쁜 소문이
횡행하는 원인은 역시 "상가관리 시스템의 낙후성"에서 찾을수 있다.

패션왕국의 명예를 누리고 있지만 동대문시장은 상가 어느곳도 지주,
상가관리회사, 상인간의 역할분담을 정해놓은 표준약관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태라면 제 2,제3의 밀리오레 소문은 언제든지 만연될수 있으며
결국은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갉아먹을수 밖에 없다.

상가관리 전반에 관한 과학적이고도 현대적인 표준약관 제정이 시급한 때다.

< 최철규 기자 gr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