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킬스, 고급화장품 틈새시장 석권 ]

미국 뉴욕에 있는 킬스(Kiehl''s)는 약 1백50년의 역사를 가진 외형 5백억원
의 매우 작은 화장품회사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아주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고급 틈새시장을 석권해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우선 다음에서 보다시피 킬스의 사업방식은 정말로 특이하다.

첫째 광고를 하지 않는다.

둘째 흰 바탕에 작은 글씨가 빽빽이 인쇄돼 있는 겉포장은 따분한 느낌을
준다.

셋째 전자상거래를 회피한다.

넷째 맨해튼의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 있는 유일한 직영점포는
전투기 사진과 오토바이로 장식돼 있다.

다섯째 이 회사의 종업원들은 손님들에게 적극적으로 견본을 나눠 주지
않으면 경영진으로부터 꾸중을 듣는다.

그러나 킬스는 고급 화장품시장에서만은 정평이 나 있다.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여론 선도자들이 공공연히 킬스의 제품을 애용할 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맨해튼 점포에 몰려든다.

또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이나 바니스(Barney''s) 같은 고급점포
에서만 킬스의 제품을 취급한다.

화장품업계의 여러 대기업이 이 회사를 살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 작은 가족회사가 이토록 높은 명성을 누릴 수가 있는가?

우선 킬스가 패션 및 미용분야의 각종 매체가 밀집해 있는 뉴욕에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미용잡지의 편집인들이 수시로 킬스의 이스트 빌리지 점포에 드나들고
특히 보그(Vogue)나 마리 끌레르(Marie Claire) 같은 잡지는 킬스의 제품을
으레 최고급 명품으로 취급해 준다.

또 뉴욕의 저명인사들의 머리를 매만지는 미용사들도 킬스의 점포를 애호
하며 그들은 잡지사 사람들에게 이 회사제품 이야기를 한다.

그런가 하면 맨해튼 소호 그랜드 호텔(Soho Grand Hotel) 같은 고급호텔의
객실에는 반드시 킬스의 샴푸와 컨디셔너가 놓여 있다.

또한 이 회사는 가게에 오거나 전화를 거는 손님들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제품을 나눠 주고 있다.

즉 무료견본배포는 킬스의 마케팅전략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킬스는 해마다 약 18억원어치의 물건을 고객들에게 나눠 준다고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킬스의 견본을 직장동료들에게 주었다고 이 회사에
편지를 쓰면 회사는 50개 이상의 견본을 그 사람에게 더 보내 준다.

견본을 통한 고객감동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구전효과 중심의 마케팅 전략 덕분에 킬스는 지난 6년간 해마다
20~30%씩 성장해 왔다.

이 회사의 주인 하이데거(Heidegger)씨는 고객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고 한다.

통상 킬스의 점포에서는 기다리는 줄이 아무리 길어도 점원이 손님 한 사람
과 평균 30분의 시간을 보내며 매우 자세하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준다.

또 킬스는 아무런 조건없이 반품을 받아주며 손님의 피부와 자사 제품이
맞지 않으면 될 수 있는 한 제품을 팔지 않는다.

또한 정기적으로 백화점에 사람을 보내 킬스 제품을 파는 종업원들이
제대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가 관찰하게 하며 만일 서비스의 수준이 낮다고
판단하면 가차없이 그 가게와 거래를 중단한다.

이와 같이 킬스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고급 틈새시장에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 개성과 철학이 뚜렷한 회사인 것이다.

유필화 <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