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일본책략"(곽창권 저, 창암, 8천원)을 읽고 책읽는 즐거움을 새삼
느꼈다.

이 책은 일본의 감춰진 모습과 왜색문화의 양면성을 해부한 비판서다.

과거 역사에 대한 재평가부터 일제에 의한 우리 인문학의 단절까지 여러
층위로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우리 역사에는 일제시대(저자는 이를 공위시대라고 부른다)라는 함몰기가
있었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개화.근대화의 단절을 맛본 시기였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비친 우리는 고작 왜못 박힌 못난이들이다.

1920년대 후반 왕궁내의 총독부 건물, 성균관 앞의 경성제국대학, 북한산
등지의 쇠못이 상징하듯 일본은 한국인들의 의식세계에 의도적으로 못을
박아왔다.

새천년을 맞은 지금도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망언은 그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일본문화, 왜색문화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이를 극일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의 저자 이케하라
마모루를 비롯 가세 히데아키,구로다 가츠히로 등 일본인 논객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나간다.

이를 통해 새로운 한.일간 위상정립의 디딤돌로 삼고자 한다.

이 책에는 대마도에 대한 잠재주권 유보의 근원과 독도의 관리 역사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교 당국과 정계및 학계의 결단을 촉구한다.

저자는 "이제 좀 더 솔직하고 의연해지자"고 말한다.

그는 죄악 투성이의 일제시대와 숨막히는 남북분단, 허겁지겁 달려온
개발연대의 몸부림에 다시금 도약의 빅뱅시대를 맞아 역사의 밑바닥에
잠기려는 앙금을 인식하고 새로운 눈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역설한다.

김종호 < 동국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