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 95% 환매가 시작됐지만 큰 혼란은 없다는 보도다.

모두 58조원에 달하는 3중, 4중의 방어망을 구축했으니 이러고도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환매가 본격화되는 오는 8일 이후라야 상황이 분명해지겠지만 지난 이틀
동안의 자금흐름 만을 본다면 우려되던 금융불안은 일단 비껴가는 것으로
보여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우채권 환매와 관련된 증권업계의 일처리를 보면서 매우 잘못된
관행이 이번에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듯한 대목도 없지 않아 매우 걱정
스럽다하겠다.

동원증권과 대신증권이 대우채권 환매 비율을 1백%로 올려 지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걱정스런 부분의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증권사들이 대우채권의 환매비율을 제멋대로 1백%로
높여 지급하고 있는 것은 실적배당 상품의 원칙을 깨뜨리는 용인될 수 없는
행위이다.

이들 증권사가 문제의 대우채권 투자로 거둬들인 이른바 ''실적''이 95%에도
크게 못미친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실적과는 전혀 관련없는 임의의 비율을 정해 고액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대우채권이 편입된 수익증권에 대해 기간별로 50%,
85%등의 환매비율을 보장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하겠지만 당시는 대우 채권
환매사태가 경제 전반에 초래할 경제 충격이 워낙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
의 불가피성"이 없지 않았었다.

대우 문제가 마무리되고 있는 이 시점에 특정 증권사가 자금유치를 목적으로
수익증권의 수익률을 다시 조정한다면 이는 증권업계 내부의 공정한 경쟁
이라는 차원에서도 잘못된 일이다.

대우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신업계와 금융 시장이 아무런 충격 흡수과정 없이
곧바로 곤경으로 치닫고 말았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이
제때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던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가 시중은행의 자금 이탈을 우려해 예금자 보호법의
시행을 1년 연기할 수도 있을 것 처럼 말하고 있는 것도 이들 증권사의
편법적인 업무처리 못지 않게 원칙에 어긋난 발언이다.

당국이 이미 확정된 일정마저 중도에 포기해버린다면 업계에 대해서는 무슨
잣대로 원칙의 준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대우 사태의 해결이 단순히 문제의 종료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용인되었던 각종 변칙들까지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진정한 대우문제 해소라고 본다면 당국은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일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