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 걸린 바람도 비에 젖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내 팔에 매달린 너.
비는 밤이 오는
그 골목에도 내리고

비에 젖어 부푸는 어둠 속에서
네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전봉건(1928~1988)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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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골목길에서 두 연인이 헤어지기를 아쉬워하며 안고 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여인은 남자에게 묻는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유행가의 한 대목 같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 시가 재미있고 쌈박하게 읽히는 것은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에서 한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인생이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는
일면을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