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S씨(34)는 4개월전 모 이동전화에 가입하면서 기본료가 싼 스페셜
요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매달 고지서에 나오는 금액이 예상보다 많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본사에서는 기본료가 높고 할인폭이 낮은 에이스요금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신청내용과 달라 사실을 알아보니 가입한 대리점에서 등록상 착오로
이용료를 4개월째 잘못 부과해온 것.

S씨는 대리점에 항의하고 그동안 잘못 부과된 요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리점측에서는 다음달부터 기본료 차액만 조정해주겠다며 소급
적용을 거부했다.

주부 O씨(42)도 최근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평소 요금내역이 궁금해 확인해보니 신청하지도 않은 자동연결,
착신전환서비스 등으로 부가서비스 이용료가 청구되고 있었다.

대리점측에서는 전산단말기 오작동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지만 사실을
알아보니 이동전화 가입 당시 대리점에서 임의로 신청해 무려 1년여간
이용료가 자동 인출된 것.

이동전화 회사들이 복잡한 요금체계 등을 악용,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통신위원회에 접수된 이동전화 이용자의 민원건수만 보더라도 지난해
3천1백48건으로 98년의 1천5백여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피해사례는 부당 요금징수.절약형 요금을 신청했는데 표준형
요금을 적용하거나 신청하지 않은 부가서비스 요금을 부과한 경우가 그런
예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최근 1월에만 이같은 부당 요금징수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고발이 1백여건이나 접수됐다.

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이들 대부분은 대리점측이 통화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이동전화 요금고지서에는 사용하고 있는 모든 기본료와 국내.
외통화료, 전화세 등 요금의 합계만 표시될 뿐 요금내역이 자세히 기재되지
않는 점을 이용, 대리점측에서 임의로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는 것.

현재 대리점은 본사의 전체 통화료 수입가운데 5%를 나눠받고 있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동전화 업체들의 연간 통화료 수입 가운데 잘못
부과돼 거둬들인 요금은 전체 수입의 1%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5개 이동전화 업체들의 전체 통화료 수입이 9조원에 달한 것은 감안
하면 무려 9백억원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이유없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통신위원회는 이에따라 오는 3월부터는 요금청구시 부가서비스별로 구체적인
명칭과 금액을 표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폐지된 의무가입기간을 교묘하게 적용해 가입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대학생 K씨(23) 경우가 그렇다.

K씨는 최근 휴대폰을 해지하러 모 이동전화 대리점에 들렀다가 불쾌한
감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의무가입기간이 끝나지 않아 해약하려면 7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했기 때문.

K씨는 "당초 가입할 때 의무사용기간 얘기를 못들었다"고 항의했더니
대리점측은 "약관을 보라"며 퉁명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제36조)에는 이용약관에 의무사용기간을 설정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동전화 5개사도 지난해 4월부터 스스로 의무가입기간을 폐지하기로 했다.

결국 대리점들이 가입신청서의 여백에 추가로 기록하거나 별도의 약정서를
작성해 3~6개월의 의무사용기간을 임의로 적용하고 있는 것.

이동전화 회사들도 소속 대리점들의 횡포를 사실상 수수방관해온 셈이다.

통신위원회 김종호 심의과장은 "지난해말 전국의 이동전화 대리점에 시정
명령을 내린 이후에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따라 최근 이동
전화 5개사에 6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지만 소속 대리점들에서
워낙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고쳐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