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창근(71)씨가 장편 "브란덴부르크 비가"(통일마당)를 냈다.

이 작품은 1967년 동백림 사건에서 독일통일 직후까지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광부출신 한국인 망명자와 동독 여인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러브 스토리가 날줄이라면 동서독과 남북한을 교차하는 세계인식이
씨줄이다.

남북에 대한 애증으로 고뇌하던 동규는 비판적 친북 입장의 통일운동가로
성장한다.

그는 통독후 또다른 식민지인으로 전락한 동독여인 카아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남한 정보기관의 회유를 뿌리치던 그는 신나치 세력에 테러를 당하고
카아린도 서독인들의 오만과 자본만능주의에 대한 반발심리로 창녀의 길을
택한다.

이로 인해 두사람의 사랑에 금이 가지만 결국 둘은 영혼의 동반자로
거듭난다.

이들은 동서독 흡수통합의 오류가 한반도에서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비밀 프로젝트를 구상하다 독일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 때 독일 국적으로 북한 문예지에 소설을 발표했던 작가는 "배경을 굳이
그곳으로 설정한 이유는 환희와 격정으로 다가왔던 독일 통일의 허구성을
직시하고 우리가 극복하지 못한 분단의 실체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