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축소조치가 시장에 의한 2차 금융구조조정을 몰고올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예금보호 범위 축소(원리금 합계 2천만원까지만 보장)를
강행키로 함에 따라 안전한 금융회사를 찾는 예금이동이 불가피하다.

이미 시장에선 변화조짐이 엿보인다.

1년이상 정기예금 보다는 6개월미만 단기 수신상품에 돈이 몰린다.

시중자금의 단기화,부동화 현상이 더 심해진다.

두고 보자는 것이다.

우량 은행들의 수신은 눈에 띄게 는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난 1월 한달에만 예금이 1조원이상 늘었다"고 귀띔했다.

개인 법인 등 고액예금자들이 옮겨 가는 징후로 해석된다.

계좌수를 기준으로 97%에 이르는 2천만원미만 소액예금자들은 제도가
바뀌어도 달라질게 없다.

"예금 쪼개기"도 두드러진다.

1년짜리 정기예금에 들때 1천8백만원 정도로 나눠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
예치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합쳐 2천만원까지만 보호되기 때문이다.

예금보호를 잘못 이해해 한 금융회사에서 여러 계좌를 트는 사람도 있다.

신용금고들은 틈새시장을 노려 "2천만원 마케팅"을 편다.

해동금고는 2천만원이하 예금자에게 이자를 0.3%포인트 더 준다.

골드금고와 신중앙금고는 아예 2천만원이하로만 가입할 수 있는 고금리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이자율은 1년짜리 연 10.5~11.0%, 2년짜리 연 11.5~12.0%에 이른다.

반면 우량하다는 평가를 못받는 금융회사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객들이 예금을 빼가면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은행이나 종금사들이 최근 예금인출로 고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회사들을 중심으로 예금보호 축소 연기론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이 빠지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2천만원 밖에 보장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고금리를 제시한다고 예금이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홀로서기가 어려우면 우량 금융회사에 합병을 제안할수 밖에 없다.

2차 금융구조조정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작년에 정부가 금융회사의 퇴출과 합병을 주도한 것과는 다르다.

이제부터 시장이 퇴출이나 합병을 재촉하게 된다.

신뢰를 잃은 금융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

영업정지된 나라종금의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나라종금은 예금이 전액 보호되는 상황에서 영업정지를 맞았다.

고객들은 예금전액보호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떨어진 나라종금에서 예금을
빼내갔다.

예금부분보호로 바뀌면 고객들의 행동은 더 빨라진다.

우량한 금융회사는 예금금리를 높게 제시하지 않아도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힘에 의한 부익부 빈익빈식 재편이 가속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다.

전문가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자본확충 동향, 해당
금융회사 주가 등에 고객이나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BIS 비율이 떨어지거나 자본확충에 실패하는 금융회사들은 고객을 붙잡아
둘 힘을 잃게 된다.

예금보호 축소 방침을 굳힌 정부는 그 파장에 대해선 섣불리 예측하길
꺼린다.

재경부 금감위 등 관련부처들은 일단 2.8 환매를 무사히 넘긴 뒤 예금보호
제도의 금융권 파장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자금이동 등 뚜렷한 변화는 5~6월쯤 가야 가시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예금이동의 범위와 규모가 구조조정의 폭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에서도 예금부분보호제도가 금융개혁의 상징으로 비쳐지고 있다.

일본은 작년말 집권여당이 예금전액보호 조치를 1년간 연기했다가 금융개혁
후퇴라는 비판속에 신인도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다.

문제는 금융시장이 예금보호제도의 파장을 얼마나 견뎌내느냐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예금보호대상을 축소하면서 시중자금
의 단기부동화나 장단기금리격차 채권싯가평가제 등의 시장 불안요인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