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전망과 적정가격 >

어느 지역의 27평 아파트 한채가 1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여러 정황을 따져 본 결과 1년뒤에는 3억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간 신문에
나왔다고 하자.

아무도 그 말을 안 믿는다면 시세는 여전히 1억원일 것이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그 전망을 믿는 경우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른 아침부터 동네 복덕방은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1억원이 1년만에 3억원이 되는 판에 앉아 있을 사람은 없다.

연 2백% 수익이면 1년이자 20%를 제하고도 1백80%가 남는데...

너도나도 1억원을 빌려와서 아파트를 잡으려고 난리를 피울게 뻔하다.

이 와중에 시세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수요의 증가에 맞춰 1억2천만, 1억3천만...

급기야 몇시간만에 시세는 1억5천만원이 된다.

계산해 보니 지금 사도 남는 게 있다.

사자 주문은 계속해서 줄을 잇고 가격은 상승을 지속한다.

그리고 마침내 가격이 2억5천만원이 된다.

자, 이제부턴 어떻게 될까?

연리 20%로 2억5천만원을 1년 빌려 쓰면 이자만 5천만원이다.

1년 뒤에 3억원 받고 팔아도 원리금 상환하고 나면 본전이다.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따라서 매기가 시들해지고 시세는 2억5천만원에서 멈춘다.

아침에 나온 전망이 날이 저물기도 전에 그 가격에서 승부가 난다.

피같이 소중한 "돈"이 걸린 일인데 내일까지 끌 이유가 없다.

이제 좀 더 흥미로운 경우를 살펴보자.

일부만 그 예측에 동의하는 경우다.

신문에 실린 그 분석을 믿는 사람들만 몰려든다.

가격이 점차 상승하여 1억5천만원이 되자 더 이상 움직임이 없다.

이상하다.

전망치는 3억원인데 왜 1억5천만원에서 시세가 멈추나.

2억5천만원까지는 올라야 하는데...

곰곰 생각해 보면 이유가 나온다.

더 비싸게 주고 살만한 가치가 없다는 대다수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 1억5천만원 빌려서 사봐야 1년치 이자 3천만원을 감안하면 겨우 본전
이라는 생각이 시장에 지배적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시장"의 평균적이 견해로는 1년뒤 전망치가 1억8천만원인
것이다.

따라서 누가 아무리 저평가를 부르짖어도 시장은 1억5천만원을 적정한
현시세로 본다.

보험금 몇 푼에 자식 손가락도 자르는 그 놈의 "돈"이 밑지는 판에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고 버틴다.

이 마당에 전망치 3억원은 미안하지만 한 부동산 전문가의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가전망을 한다.

또한 이는 각종 매체를 통해 즉각 시장에 전달된다.

그리고 이들 전망의 시장 수용 여부는 앞에서 설명한 메커니즘에 의해 현
시세에 금방 반영된다.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적정한 가격이 만들어 진다.

역으로 시장이 생각하는 전망치는 현시세로부터 바로 계산이 가능하다.

전망시점까지의 이자비용만 보태주면 된다.

사람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이자 안빠지는 장사는 아무도 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정주가니 주가 전망이니 하는 논의는 반드시 이런 영악한 개념 속에서
해야 한다.

너무 개념없이 말하고 별 생각없이 듣는 게 탈이다.

현재 가격이 적정주가보다 저평가돼 있으니까 사야 된다는 말은 비논리적
이다.

현재가가 바로 적정가다.

전망이 좋기 때문에 지금 사면 먹을 수 있다는 말도 틀렸다.

전망이 좋으면 돈을 버는 게 아니고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번다.

모든 것은 가격이 말해준다.

전문가가 많다지만 이 가격을 결정짓는 7백만 투자자가 그 중 가장 힘있는
전문가다.

<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원장 한경머니 자문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