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비자금'' 목돈으로 만들려면 >

이야기 손님 : 김미화(개그우먼)
최현만(E*미래에셋증권 사장)
문순민(하나은행 압구정 중앙지점장)
정광영(한국부동산정보연구소장)
김찬경(미래유통정보연구소장)

남편으로부터 누런 월급 봉투를 받아든 아내.

비록 얄팍하긴 했지만 한달동안 고생한 남편의 노고에 아내는 살포시 눈시울
을 붉히곤 했다.

추억같은 시절의 이야기이다.

요즘이야 온라인으로 통장에 직접 급여가 입금되는 통에 월급봉투를 쥐어
보는 기쁨은 사라진지 오래됐다.

그러나 변함없는 것은 아내들의 알뜰함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꿈틀대고 월급은 여전히 쥐꼬리만한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아내들은 마치 요술방망이를 뚝딱거리는 것처럼 똑소리나게 살림을 꾸려
나간다.

그래서 아내의 존재가 위대한 것이 아닌가.

여기서 정작 놀랄만한 사실은 아내의 따로 찬 호주머니다.

언제부터 모았는지 아내는 돈이 없어 납품할 물건을 못만든다는 남편에게
사업자금이라며 수백만원을 꺼내놓는다.

신통하게도 아내는 돈 모으는 귀신이다.

그 흔한 뾰족구두 하나, 투피스 한벌 안사입고 모은 아내는 개미같다.

그렇다면 아내들이 남편 몰래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 그 비자금(?)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턱대고 안쓰고 안먹고 모으는 것만이 상책은 아닐 것이다.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이 분명 있을텐데, 그것이 무엇일까?

이제 재테크 4인방에게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재테크 전략을 들어보기로
하자.

오늘의 주제가 "아내의 비자금 굴리기"인 때문인지 주부대표로 참석한
개그의 여왕 김미화의 눈이 유난히 반짝인다.

하지만 토론은 벽두부터 순탄치않음을 예고한다.

정광영 소장이 초장부터 볼멘소리를 하고 나선 탓이다.

"근데 주부들이 왜 남편 몰래 딴 주머니를 찰까, 이해할 수 없어"

남편 몰래 돈을 모으는 아내들에 대해 평소 정 소장은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다.

김찬경 소장 역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보탠다.

"글쎄 말예요. 무슨 꿍꿍이속이라도 있으면 곤란한데."

잇단 볼멘소리에 평소 공처가 모범생을 자처하는 문순민 지점장이 변호에
나선다.

"엄마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딸을 시집 보내는데 지참금이라도 찔러주고
싶은 거지요. 주부들이 가정일을 하다 보면 남편 몰래 챙겨할 일이 적지
않거든요"

아내의 입장을 두둔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김미화가 힘이 난듯, "그렇다면
문 지점장님, 주부들은 어떤 방법으로 돈을 굴리는게 좋을까요?"

보수적이고 꼼꼼한 문 지점장은 재테크 전략 역시 빈틈이 없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아주 간단한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퇴근후 집에 가려면 전철을
타거나 좌석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총알택시를 타야 하죠. 전철을 타고 가면
시간은 좀 걸려도 안전하죠. 총알택시를 타게 되면 빨리 갈 수는 있어도 도착
하기 전까지 목숨을 반쯤 내놓아야 합니다. 투자 방법 역시 이것과 다를 바
없어요. 전철은 은행상품일 것이고 총알택시는 증권투자일 것입니다. 간이
작거나 심장이 약하신 분은 은행에 넣어두시는 게 최고죠. 하지만 모험하는
걸 좋아하시는 주부는 총알택시를 타셔야겠죠. 자기 몸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말에 최현만 E*미래에셋증권사장이 발끈한 듯 무섭게 맞받아친다.

"주식투자를 총알택시에 비유하셨는데 참 무지막한 표현이시군요. 투자의
지름길을 두고 총알택시라니요. 눈깜짝할 사이에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투자방법은 역시 증권입니다. 문 지점장도 이것이 아니라고는
부인 못하실거예요? 문 지점장도 주식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걸로 아는데..
어쨌든,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다 백날 넣어둔들 제자리걸음인데, 이런
하나마나한 투자를 왜 합니까?"

이때 김미화가 걱정이 되는듯 질문을 던진다.

"주부들이 주식투자를 하기엔 위험부담이 많은 것같아요. 경제 전문가들도
우리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힘든데 집안일 바쁜 주부들이
가능할까요? 매일 객장에 나가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말에 최 사장, "걱정하지 마십시오.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주식투자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뮤추얼펀드등 간접투자상품이나 직접투자에 비해
리스크 부담이 적은 공모주청약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투자방식들은 정말 안심해도 되나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김미화가 재차 물었다.

최 사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간접투자상품에 가입하기 전에는 몇가지를 짚어봐야 됩니다. 우선 자금의
성격과 상품의 성격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6개월이후 돈 쓸 일이 있다면
만기불일치로 인해 손실위험이 있어요. 따라서 단기 여유자금을 주식시장에
집중투자하는 것은 피하는게 좋습니다. 둘째는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합니다. 1~2명의 스타급 펀드매니저가 있는 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믿어선 안됩니다. 그것보다는 회사의 운용철학, 조사 시스템등을
면밀히 분석해 과연 건전하고 투명하게 자산을 굴려주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점들을 점검한 후 개별적인 간접상품을 선택하면 실수하는
법이 없습니다"

"올들어 주가가 폭락하면서 코스닥에 손댔다가 혼쭐난 주부들이 많은데
앞으로 증시는 어떻게 되나요? 증시가 흔들리면 간접투자라고 안심할 수
없지 않아요?"

김미화가 다시 물었다.

"그래요. 앞으로 총선등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는 재료가 너무 많아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증시기반은 지난해보다
더욱 견고해졌어요.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구조조정으로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어요. 미국의 경우 지난 80년대 중반 추진됐던 강력한
구조조정 덕분에 경제호황과 증시상승국면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상승추세에 있습니다"

최 사장의 설명이 끝나자 문 지점장이 곧바로 받아친다.

"그래도 주식투자는 총알택시예요. 속 편하게 은행에다 고스란히 넣어두면
일요일에도 이자가 붙는데, 괜히 주식투자 했다가 이자도 못건지는 상황을
맞이하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문 지점장님은 답답한 말씀을 너무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재테크의 진정한
의미를 자꾸 퇴색시키시잖아요. 재산 증식에 목적이 있는데 왜 제자리에 묶어
두시려고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최 사장은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문 지점장은 까딱도 안한다.

"만약 제 경우라면 비자금 규모가 2천만~3천만원일 경우 주식투자는
5백만원만 할 겁니다. 비자금을 몽땅 주식에 쏟아붓진 않을 겁니다.
5백만원으로 잃어도 그만 따도 그만이라고 생각해야지, 안그러면 빨리 늙을
것 같아요"

정 소장도 문 지점장의 말에 "부동산의 경우를 봐도 오른다, 잘된다는
소문나면 더 안되더라구. 이제 주식에서 손을 털어야 된다니까요" 하고
맞장구를 친다.

문 지점장은 정 소장의 말에 원군을 만난듯, "성경에 보면 좁은 문으로 가라
하셨습니다.

지금 증권의 경우 코스닥에 이어 제3 주식시장까지 문이 활짝 열려있는데
이게, 불안합니다.

물론 주식도 옥석을 가려 투자하면 문제가 없지만" 계속되는 비판에
최현만 사장이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듯, "아직은 주식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주식투자를 외칠
것이고 이 시대에 최고의 투자 방법임을 확신시켜 드릴겁니다"

최 사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분위기를 좀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서 김미화가 "주식 말고는 다른 재테크
방법은 없나요?" 하고 최 사장에게 물었다.

"그렇게 의심이 많고 정 불안하시다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리스크관리를
하세요. 예컨대 은행의 원리금 보호상품에 일부를 넣고 나머지는 뮤추얼펀드
에 투자하세요. 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공모주 청약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건 괜찮네. 위험을 분산해놓으면 마음이 편할 것같애"

김찬경 소장이 웬일로 최 사장 편을 드는 말을 했다.

그러자 얼굴이 환해지는 최 사장, "역시 대단한 연륜이십니다" 하고 반색
한다.

문순민 지점장은 "제 말이 고리타분하고 답답하신 모양입니다만 저는
초지일관 은행상품을 고집하겠습니다. 증권투자란 것은 언제나 위험이 그림자
처럼 따른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주시기 바랄 뿐입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
이 언제 빠져나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 한계가 있을텐데.. 그래서 은행을
이용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안심이 된다는거예요. 원금 보장되지, 이자
매월 꼬박꼬박 생기지, 골치 아플 일이 하나도 없어요. 이것이 행복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시간에 남편 내조하시고 애들 교육시키는데 시간
을 보내보십시오. 행복이 살찌는 소리가 들리실 겁니다"

문 지점장의 행복론으로 분위기는 은행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그때 정광영 소장이 분위기를 깨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뭐 행복이 따로 있겠습니까. 내 집 있고 내 땅 있고 먹고살것 걱정 없으면
그게 행복이지요. 2, 3천만원을 은행에 둬봤자 쥐꼬리만한 이자뿐이지, 별
소득이 없습니다. 남편 몰래 주부께서 비자금을 갖고 있다면 먼 훗날 남편을
깜짝 놀라게할 재테크를 한번 해보십시오. 예컨대 수도권 외곽 지역에
나대지도 좋고 임야도 좋고 땅을 사시는 겁니다"

"지난번에 말한 나들목세권 정도의 지역을 말하는건가요?"

김찬경 소장이 넌즈시 묻는다.

"역시 김 소장님은 빨러. 그 정도 지역도 좋고 거기서 약간 벗어나도
좋습니다. 평당 30만원 정도 되는 대지를 1백평 정도 사면 됩니다.
늘그막에 전원주택 짓고 사시려는 꿈이 있다면 지금 투자를 해둔다면
더말할 나위 없이 좋겠죠. 준비된 노후, 그것을 아내가 준비한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겠습니다. 아내의 힘을 다시한번 느끼게 하는 일이죠"

정 소장의 말에 김미화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땅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노후의 전원주택용 땅이라면 더없이 환상적인 투자일 것이다.

이런 단꿈도 잠시 김 소장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나 원 참, 노후를 위해 땅을 사라니, 배에 기름낀 사람들한테나 먹힐
소리군. 있는 돈으로 땅을 사서 묶어두라는게 재테크 전문가가 하실 말씀
인가? 돈을 벌어야 할 시대에 돈을 묶어둔다는 것, 난 결사 반댑니다!"

"땅의 위력을 모르시는군요. 정말 쉬운 예를 하나 들죠. 여든이 다 된 어떤
할머니 한분이 있는데 그 분은 돈이 생길 때마다 땅을 사셨답니다. 남편도
자식도 모르는 어머니의 땅인거죠. 그렇게 땅을 모으는 동안 세월은 흐르고
자식들이 성장했는데 어느날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화가 왔어. 땅 팔라고.
그 땅이 금싸라기 땅이 되어버린 거예요. 물론 그 할머니가 그곳의 땅값이
오를 것을 미리 알고 사진 않았어요. 다만 땅에 대한 의지, 소유욕 개념으로
장만한 것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부를 불러온 거죠. 진정 투자란 것은 소액
으로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아닙니까? 거액으로 돈번다는 것은 투기죠"

김찬경 소장은 정 소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빈정댄다.

"그 할머니는 운이 좋으셨네그려. 그런 운좋은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다 옛말이지. 부동산도 안팔려서 있으나마나 하는 지경인데. 현금이 제일
이야. 묶이는 돈은 있으나 마나라니까"

정 소장과 김 소장의 입씨름이 끝날 즈음, 김미화가 김 소장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주부가 할 수 있는 좋은 창업아이템이 있나요?"

"이름하여 숍인숍(SHOP IN SHOP)입니다"

김 소장이 운을 떼자 김미화, "가게 안에 가게? 그게 뭐야"하고 어리둥절해
한다.

김소장의 설명인즉 24시간 편의점 안 한 모퉁이에 자릴 잡아 꽃집을 연다는
것이다.

"에. 꽃장사가 되겠어요? 그것도 편의점 안에서. 가게 안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니 더부살이 하는 형국이니, 원 셋방살이가 얼마나 처량하고 서러울까"

정 소장이 벌써부터 투덜거린다.

문 지점장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편의점 안의 꽃집은 글쎄요, 별로 잘 안될 것 같은데."

김 소장은 두사람의 말에 짜증이 났는지, "대화가 안되는구먼. 아무렇게나
생각하셔. 아내의 창업으로 꽃집이면 최고지.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층은
청소년, 젊은이들이니까 그들의 구미에 맞게 한송이씩 앙증맞게 포장하고
코디를 잘하는 겁니다. 화분도 주먹만한 것들을 올망졸망하게 갖다놓죠.
꽃의 팬시용품이라고 생각하면 쉽겠죠"

김 소장의 설명에 김미화가 이제야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

"가정주부가 하기엔 딱 좋은 창업아이템이군요? 일이 거칠고 험한 것도
아니고, 수입도 괜찮을 것같은데 유의할 점은 없을까요?"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하니까 꽃집도 마찬가지로 24시간 영업을 해야한다
는 것이겠죠. 주부가 밤새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 아르바이트생을 두는 것이
방법이겠죠. 또 편의점 선택도 젊은층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택하셔야
합니다"

김 소장의 창업얘기를 끝으로 아내의 비자금을 둘러싼 재테크 4인방의 공방
은 마무리됐다.

재테크 4대분야를 대표하는 네사람의 주장은 제각각이었으나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비자금을 여러 바구니에 쪼개 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주부들의 선택이다.

< 서명림 기자 mr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