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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노코리아 2000] 제2부 : (5) '출연연구소 바로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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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모 책임연구원(44)은
    15년동안 명함을 20번 이상 바꿨다.

    장관 원장 등 상층부의 변동에 따라 연구과제가 바뀌고 연구팀이 이합집산
    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총연구원가제도(PBS)가 도입된 이후 정부출연 연구소에는 인건비
    확보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연구소 운영비는 물론 연구원 인건비까지 과제연구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따내기 위한 별도의 연구기획서가 등장하는가 하면 그마저
    연구개발의 상당부분이 1~2년짜리 초단기 연구물로 채워지고 있다.

    국내 정부출연 연구소들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기초과학및 원천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출연연구소(출연연)가 흔들리고 있다.

    출연연이 단기간의 성과위주의 연구기관으로 내몰리면서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도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학정책이 자주 바뀌는데다 정돈되지 않은 성과물 위주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의 연봉이 기업이나 대학의 70%수준에 그치는
    등 대우가 상대적으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과학자로서 자존심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 연구에 대한 열정도 많이
    식었구요. 먼저 연구원으로서의 신분이 불안한 상황입니다"

    대덕에 있는 H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라고 털어놨다.

    <>위상 재정립이 시급하다=정부의 연구 프로젝트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출연연은 모두 34개.

    이곳에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순수 연구인력은 6천6백여명선(1998년말
    현재)이다.

    주요 출연연으로는 과학기술연구원을 비롯, 원자력연구소 항공우주연구소
    화학연구소 생명공학연구소 등이 꼽힌다.

    문제는 민간기업에서는 수행키 어려운 기초과학 분야나 대규모 장기 국가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설립된 이들 출연연이 초단기 제품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98년 원천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 기초연구에 투입된 자금
    (3천9백억원)은 전체 연구비의 2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응용연구나 제품기술에 들어갔다.

    연구비 사용처만 본다면 기업연구소에 오히려 가깝다.

    한국의 원천 핵심기술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원인중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연구기간도 3년 이하 단기 과제가 대부분이다.

    짧은 기간내 결과물을 얻으려는 정부의 조급성이 주요 원인이다.

    "연구발주자가 빠른 시일내 상업화할 수 있는 연구를 원하다보니 기업연구소
    가 주로 하는 연구를 중복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KIST의 한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 =대덕에 있는 생명공학연구소의 순수 연구인력은
    1백35명선.

    이중 실질적인 연구개발을 도맡아 하는 일반 연구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제별 연구팀을 이끄는 선임연구원과 관리자에 가까운 책임연구원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출연연에서도 그대로 빚어지고 있다.

    지난 7~8년동안 신규 인력충원이 동결된데다 지난 97년엔 외환위기의
    여파로 오히려 인력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출연연의 연구원 평균 연령이 대부분 30대후반을 넘어서고 있고
    연구원 인력구조가 기형화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가 지난해 일본에서 벌인 일본 원자력발전소와의 친선 축구경기
    에서 무려 6대 0으로 대패한 것은 이와 관련해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
    에피소드.

    한국측 원자력연구소의 연구원들 나이가 일본에 비해 평균 10세 이상 많아
    체력에서 뒤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상당수의 선임및 책임급 연구원들은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기획서를 만들고 연구발주처를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다.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출연연구소의 고유 역할이 무시되다
    보니 적절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측정하는 핵심 기준은 민간연구소와 같은 실용화
    가능성.

    연구기간도 단기화될 수밖에 없다.

    1년마다 중간평가도 받아야 한다.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1년마다 그럴듯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엄정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30%선에 머무는 연구성공률이 국내에서는 80%에 이르고 있다.

    사전 연구기획에 대한 평가도 신통치 않다.

    "연구원들이 보기에도 부풀려진 연구기획서가 손쉽게 통과된다"는 게
    대덕에 살고 있는 한 연구원의 솔직한 고백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형 연구과제를 기획하는 데만 4~5년이 걸리는
    것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연구목적에 맞는 예산편성이 요구된다=출연연의 비능률적인 요소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PBS가 상당한 부작용을 빚고 있는 게 사실이다.

    출연연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과제별 연구비에 포함시킴으로써 인건비
    확보를 위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출연연의 연구개발에 시장원리가 도입되면서 연구가 가시적인 제품기술에
    치중되고 있고 자연히 기초기술을 소홀히 하게 돼 기술개발단계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생명공학연구소 복성해 소장)는 것이다.

    한마디로 출연연의 원래 역할을 살려 시장원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대형
    국책과제및 원천 기초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김철수 기자 kc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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