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경쟁 위주의 연구비조달 시스템은 국내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지 못하게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출연연들이 정부로부터 경쟁없이 지원받고 있는 인건비및 기본연구비
(기관고유사업 예산)는 출연연 전체 예산의 40%선.

나머지는 60%는 각 정부부처나 기업에서 발주하는 연구과제를 다른 출연연
및 대학 기업연구소 등과 경쟁을 통해 수주, 충당해야 한다.

특히 출연연은 과제 연구비의 50~60%가 인건비 연구소운영비 등으로 반영
되고 있어 연구경쟁력이 대학이나 기업에 비해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의 경우 과제 연구비중 대학 운영비 등으로 적립되는 비용은 5%내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연연의 역할 설정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데서 오는 결과들이다.

선진국의 국립 및 출연연구소들은 어떤가.

연구소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국내 출연연과 비슷한 연구소의 경우
연구비의 70~80%를 정부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공공성이 높은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기업에서 연구비를 조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소기업엔 오히려 연구비를 지원할 만큼 연구예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국방부 다음으로 많은 연구비를 사용하는 보건부 산하 NIH
(국립보건연구소).

이 연구소는 워싱턴DC에 30여개의 자체 하부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연구원이 모두 공무원 신분이다.

연구비를 포함한 연구소 운영비는 전액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미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도 마찬가지다.

표준과 관련된 업무와 기초연구를 하는 이 연구소도 운영비의 전액을 정부
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에너지부 산하 30여개 연구소는 에너지부로부터 전체 예산의 80~85%를
과제별 연구비 형태로 받고 있다.

나머지 연구예산은 다른 정부기관에서 따내고 있으나 연구 경쟁력이 뛰어나
예산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

에너지부의 경우 일단 프로젝트가 결정되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 앞서
2년동안 약 90만달러를 예비실험 연구비로 지급하고 이후 수백만달러를
제공한다.

이들 연구소는 오히려 미 중소기업청에서 추진하는 "소규모 사업 혁신연구"
프로그램에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국가 연구소도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3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주로 기초
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다.

운영비의 90%정도를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나머지 10%는 다른 공공기관및 개인헌금 특허수입 등으로 충당한다.

원천기술연구에 중점을 두고있는 헬름홀츠 연구센터는 연구 예산의 80%를
주로 연방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이 지원금은 정규직원의 인건비 기본연구비 등으로 구성되며 나머지 20%는
특수과제 연구및 특허수입 등으로 해결한다.

기업으로부터는 연구비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국립연구소와 특수법인 형태의 연구소로 나눠진 일본의 출연연은 전체
예산의 95%이상을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다.

항공우주 방사선의학 금속재료 등을 연구하는 국립연구소는 연구비 전액을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화학 원자력 등 특수법인 연구소들도 정부로부터 예산의 95%를 인건비
운영비 연구비 형태로 받고 있다.

외국의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비조달 방식을 감안할 때 국내 출연연이
원천기술 등에 대한 연구활동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체 예산의 70%이상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과제수만 늘리고 과제당 연구비는 줄이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 김철수 기자 kc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