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는 나이가 들수록 성격파 영화배우 게리
올드먼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외모도 그렇지만 영화 "레옹"에서 히스테리컬한 형사역으로 열연한 올드먼과
같이 주체하지 못하는 열정과 끼, 기존의 규범을 철저히 거부하는 악동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줄리아드음악원에서 도로시 딜레이 교수에게 배우고 메뉴인으로부터
신동이란 칭찬까지 받았던 그가 재즈와 록에 심취하는 길을 걷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형형색색 물들인 인디언 펑크머리에 가죽자켓과 부츠를 신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클래식음악계의 이단아"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가 1997년 다시 클래식음악의 본령으로 돌아왔을때 영국과 세계 음악계는
열광했다.

"더이상 죽은 작곡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죽은 음악은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그의 방황과 새로운 음악에 대한 추구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를
쫑긋세웠다.

최근 EMI에서 나온 "클래식 케네디"는 이런 케네디의 음악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앨범이다.

비발디 "사계", 마스네 "타이스명상곡", 거슈윈 "전주곡 2번" 등 주로
소품이지만 신선함은 더할 나위없다.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