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극단 76단 '쥐' .. 쥐 비유 굴절된 사랑 묘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음습하고 축축한 느낌의 쥐.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상징하는 생물로 문학 속에 곧잘 등장한다.
극단 76단이 지난달 21일부터 은행나무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쥐"는 쥐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음울한 시선으로 무대위에 그린 작품이다.
쥐떼로 넘쳐나는 세상에 비친 굴절된 사랑의 이미지를 통해 사회적 세균에
감염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강물속에 잠겨버린 도시.
사방에서 쥐떼가 득실댄다.
물을 피해 온 한 가족이 도시 변두리의 어느 허름한 창고에서 "희망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며 살아가고있다.
가사를 돌보는 어머니, 음악방송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큰 아들, 새 생명을 잉태한 며느리 그리고 둘째아들과 막내딸.
이들의 모습은 언뜻 고난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쥐"는 철저하게 인간의 사랑을 희화적으로 그리며 비릿한 냉소마저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강물과 함께 스멀스멀 집안으로 기어들어오는 쥐떼를 잡으며
한편으로는 목숨을 연명하기위해 인간사냥을 벌인다.
강가에서 소년을 그물로 잡고, 아들을 찾기위해 방문한 여인마저 살육한다.
여기에 부부간의 사랑,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등 상반된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상충되는 이미지속의 그들의 모습은 사람이 쥐인지 쥐가 사람인지를
혼돈스럽게 한다.
헤어나려 할수록 깊이 빠져드는 수렁속에 갇힌 쥐처럼 인생이란 제 살을
파먹으며 보내는 한나절의 악몽인지도 모른다.
젊은 연출가 박근형의 인생관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신발장에 하나씩 늘어가는 낡은 신발들을 통해 죽음을 암시하는 재치있는
무대와 시종일관 관객들을 극속으로 끌고들어가는 흡입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27일까지.
(02)914-7040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상징하는 생물로 문학 속에 곧잘 등장한다.
극단 76단이 지난달 21일부터 은행나무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쥐"는 쥐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음울한 시선으로 무대위에 그린 작품이다.
쥐떼로 넘쳐나는 세상에 비친 굴절된 사랑의 이미지를 통해 사회적 세균에
감염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강물속에 잠겨버린 도시.
사방에서 쥐떼가 득실댄다.
물을 피해 온 한 가족이 도시 변두리의 어느 허름한 창고에서 "희망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며 살아가고있다.
가사를 돌보는 어머니, 음악방송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큰 아들, 새 생명을 잉태한 며느리 그리고 둘째아들과 막내딸.
이들의 모습은 언뜻 고난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다.
하지만 "쥐"는 철저하게 인간의 사랑을 희화적으로 그리며 비릿한 냉소마저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강물과 함께 스멀스멀 집안으로 기어들어오는 쥐떼를 잡으며
한편으로는 목숨을 연명하기위해 인간사냥을 벌인다.
강가에서 소년을 그물로 잡고, 아들을 찾기위해 방문한 여인마저 살육한다.
여기에 부부간의 사랑,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등 상반된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상충되는 이미지속의 그들의 모습은 사람이 쥐인지 쥐가 사람인지를
혼돈스럽게 한다.
헤어나려 할수록 깊이 빠져드는 수렁속에 갇힌 쥐처럼 인생이란 제 살을
파먹으며 보내는 한나절의 악몽인지도 모른다.
젊은 연출가 박근형의 인생관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신발장에 하나씩 늘어가는 낡은 신발들을 통해 죽음을 암시하는 재치있는
무대와 시종일관 관객들을 극속으로 끌고들어가는 흡입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27일까지.
(02)914-7040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